[[ 마른수건도 다시 짠다 ]]

런던에 있는 현대자동차유럽사무소에 근무하는 임모과장은 지난해 12월말
이색적인 해외출장을 경험했다.

정비사무소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비행기가 아닌 차를 몰고
출장에 나선 것이다.

영국 도버에서 배에 차를 싣고 유럽대륙에 도착하면 목적지인 프랑크푸르트
까지 또다시 기나긴 운전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데 12시간이나 걸려 전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났다.

교통수단편을 비행기에서 차로 바꾼 것은 출장비용절약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임과장은 "차로 해외출장을 갈 경우 비행기를 이용할 때에 비해 35%가량
비용이 절감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출장케이스는 현대자동차 유럽사무소가 최근 시행중인 해외출장
원칙의 두번째 조항(1천km 이내는 차량이용)에 해당한다.

제1원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해외출장 금지"다.

서유럽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유럽사무소는 요즘 "비용절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마른수건도 다시 짠다"는 각오로 코스트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전쟁은 출근길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무소장을 포함, 본사에서 파견된 7명의 주재원들은 집이 가까운 2~3명을
한조로 출퇴근 "풀(pool)"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처럼 출근길이 막혀서가 아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휘발유가가 1인당 한달에 2백리터로 제한됐기 때문.

이 정도 기름으론 아무리 절약해도 20일이상 버티기 어렵다.

풀제는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또다른 실천방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되는 본사와의 전화통화는 "얌체짓"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개개인에게 1백파운드짜리 국제전화전용 스위프트 카드가 지급돼 있기
때문에 한달에 1백파운드한도를 넘는 국제전화사용은 금지돼 있다.

카드로 한달사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에 따라선 "콜렉트 콜
(수신자부담)"로 국제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이 사무소는 종전 한달평균 4천~5천파운드(약 1천4백만원)를 전화료로
지불했지만 이제는 1인당 사용한도제 실시 덕분에 1천파운드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점심시간에는 학창시설에나 경험했던 "도시락 파티"가 재현된다.

이모과장은 "회사에서 중식비로 7파운드(2만원)를 지급하지만 이 돈으론
햄버거나 사먹을 수밖에 없어 한달전부터 전 직원들이 아예 도시락을 싸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폭락으로 주재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데다 사무실에서 허리띠까지
졸라매다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불거져나오고 있다는게 이치삼사무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엔 낮시간대의 전등사용도 제한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지원
하는 예산이 40%나 깎여 이렇게라도 비용절감을 하지 않고선 버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