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체질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인 것으로 지적됐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주요언론들은 최근 사설 등을 통해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것을 계기로 경제 및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기를 마련해야 하며 특히 부실한 금융기관의
정리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이같이 조언했다.


[ 뉴욕타임스 ]

동남아에서 시작돼 한국에서 폭발한 국제 금융위기는 지난 1907년 이집트
에서 비롯된뒤 일본 미국을 강타했던 금융공황과 유사한 상황이며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부실을 야기한 민간 금융기관들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이 신문은 27일자 금융특집을 통해 당시 누구도 해법을 내지 못했던
위기를 해결한 것은 금융계의 명망가였던 J P 모건으로 그는 회생이 가능한
금융기관과 그렇지못한 곳을 가려낸뒤 회생 불가능으로 판단된 금융기관들을
과감히 도산시킴으로써 미국을 파국에서 건져냈다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90년전의 금융위기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주식시장이
폭락장세를 빚으며 촉발됐고 당시 이집트의 식민 종주국이었던 영국 중앙
은행은 사태를 진화하기위해 이집트에 대량의 금을 긴급 수혈했다.

그 결과 영국 파운드화는 폭락했고 그 여파로 일본은행들이 잇따라 도산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현재 한국이 맞고 있는 위기가 당시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제, 각국이 한국정부를 지원한다고해서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문제를 일으킨 한국 금융기관들의 회생 가능성을 일일이 타진한뒤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런 역할을 한국 스스로 맡는게 이상적이나 현재 한국정부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데 역부족임을 드러냈고 차기정부 출범도 두달을
기다려야 하므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폴 볼커 전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칼 오토 포엘 독일연방중앙은행총재 등이 J P 모건의 역할을
맡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파이낸셜타임스 ]

한국의 새정부는 부실한 금융기관을 반드시 폐쇄하고 보다 견실한 금융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29일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금융구조의 취약성이 일본경제를 망가뜨려왔던 경험을 되풀이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게 이 신문의 주장이다.

새정부는 또 외국기업이 한국기업을 합병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해야 하며
행정규제를 완화하고 서비스산업 및 중소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행정경험이 없고 경제지식은 희박한
편이나 위대한 용기, 노동층으로부터의 지지, 구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등
귀중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후 "IMF와의 약속을 1백% 이행, 불행을
축복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 ABC방송 ]

한국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이 한국 경제를 호전시키는 기능은 물론
한국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마크 브라운
세계은행(IBRD) 대외담당 부총재가 28일 관측했다.

브라운 부총재는 이날 미 ABC방송의 시사프로에서 한국의 금융위기는 지난
70년대 영국 금융위기가 영국정치를 완전히 바꾼 것처럼 한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 같다고 내다보았다.

그는 영국이 지난 76년 파운드화를 방어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9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한국이 이번에 역시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5백70억달러를 받게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한국의 이번
위기가 정치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부총재는 이어 한국은 이제 경제면의 근본 변화와 함께 정치면
에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IMF구제금융시대를 지나며 예상치 못한 정치적 전환이 일어
났던 점을 상기시키고 한국 뿐만 아니라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는 인근
국가들에서도 경제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구조적인 면에서도 극적인
자유화와 개방이라는 정치적 변화가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 LA=양준용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