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융기관들은 왜 강한가"

개방확대로 구미금융기관의 공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동아시아 각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힘겨운 싸움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미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었을까.

여기엔 <>명쾌한 전략 <>의사결정의 단순화 <>노하우의 축적 등이 꼽힌다.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금융기관들이 백화점식 경영을 해온데 비해 구미
업체들은 명확한 타겟을 정하고 거기에 경영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이미
아시아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먼저 경영전략 부문.지난86년 일본에서 개인대상 금융업무를 시작한
시티은행은 부유층을 잡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이 전략아래 시티은행이 동원한 수단은 예금액에 따른 서비스 차별화.

2천만엔이하의 소액예금자에 대해선 전화에 의한 집중상담으로 고객관리비
를 억제한 반면 2천만엔초과 고객은 지점에 전용부스를 설치해 자산운용
관련 개인상담을 실시했다.

또 1억엔이상의 부유층에 대해선 개별담당자를 두는 한편 금리와 수수료
에서도 혜택을 주었다.

이에비해 일본은행은 획일적 서비스로 일관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시티은행쪽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당연한 일.

시티은행은 또 지난 11월 주택대출을 일본내 최저인 연 0.95%로 인하했다.

대상주택은 고급주택으로 싼 이자를 미끼로 부유층을 붙잡자는 것이다.

두번째론 의사결정의 신속 단순화이다.

스위스유니온은행(UBS) 도쿄지점은 지난 9월 전문팀을 구성했다.

이 팀에게 부여된 임무는 아시아통화 환율변동 리스크를 헤지(회피)할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

동아시아 통화의 급격한 환율변동에 영향받지 않고 안전하게 투자할수 있는
상품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이 은행은 사장에서 평직원까지의 계층이 4단계에 불과, 시장과 고객 니즈
의 변화에 재빨리 대응할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다.

이에비해 일본 금융기관은 의사결정이 평균 14단계를 거친다.

이밖에 노하우 분야에서도 차이가 난다.

시티은행이 지난 88년 일본에서 최초로 대출채권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시작한 것도,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증권 등이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수 있는 것도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기관에서도 재벌그룹체제와 마찬가지로 특색없는 선단식 경영이
문제가 된다.

"선택과 집중" 이야말로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구미로부터 배워야할 단어다.

< 강현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