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통화가치 하락을 겪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유일한 위기탈출책
으로 대외 수출 확대가 제시되고 있으나 최대의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들이
이들을 구해줄만큼 소비를 늘릴지 의문이라고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보도했다.

US뉴스는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연말 쇼핑규모는 지난 해에
비해 4% 가량 늘어날 전망이나 기업들의 기구축소와 합병, 기술변화 등으로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실직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소비자들은 신용구매에 따른 부채상환을 염려해 소득증가분만큼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경제계에서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 값이 내려간 아시아산 상품이
미국시장에 몰려올 경우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소비붐이 일어날 것인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인데 그럴 경우 미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값싼 아시아산 상품의 범람은 미국의 인플레 억제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미국 상품의 가격 인하를 유도, 이윤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제조업체
들이 아시아나 멕시코로 다시 이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최근 크게
늘어난 미국의 고용을 위협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특히 한국과 일본 자동차의 시장석권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 경우 업체나 노동자 단체들이 어떤 형태든 정부의 보호조치를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연3백70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한국의 자동차 3사가
5백만대 생산을 희망하고 있으며 내수량을 2백만대 초과하는 이들 자동차가
미국시장으로 몰려올 경우 통화가치 50%하락의 영향으로 달러표시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화학제품과 철강 반도체 기계류 광섬유 등 분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최대의 노조인 AFL CIO와 자동차 노조,
철강 노조 등 노동자단체들이 벌써부터 "미국을 마지막 시장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노동쟁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US 뉴스지는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