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한국의 원화값이 이젠 오를 때가
됐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1월이후 비관적인 전망만 쏟아지던 월스트리트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셈이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주장은 지난주 후반 원화가 달러당 1천8백원
을 넘어서면서부터 제기됐다.

마이클 로젠버그 메릴린치증권의 통화.채권연구소장은 이런 주장의 대표
선수격이다.

로젠버그소장은 "인플레이션증가율이 두배로 증가하지 않는 나라에서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절반이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통상 매우 과도한
가치하락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최근의 원화폭락현상도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원-달러환율의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젠 원화를
살 시점"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물론 원화약세가 더욱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아직은 많다.

1천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의 대외부채가 연내 2백억달러를
포함, 대부분 내년말까지 상환되어야 하는 만큼 환율이 2천원선까지 올라
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도 한국정부의 섣부른 시장개입만 없다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셀리크 섹쳐 알리안스캐피탈매니지먼트 선임연구원은 "하루 등락폭이
10%로 제한되어 있는 한국외환시장에서는 적정환율이 형성되지 않아 원화가
더욱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매매가 자유롭게 이뤄지면 원화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신탁회사인 MFR그룹의 리처드 코스선임연구원도 지난 금요일 한국은행
의 시장개입사실을 예로들며 "당국이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지속한다면 원화가
다시 안정성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