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국제통화기구(IMF)의 보호아래 들어
갔으며 일본도 대외신용도가 떨어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진원지에서 그치지 않고 미국 서유럽 러시아 그리고
중남미국가들로 파급되면서 전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그야말로 일파만파의 분위기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파장을 본사 특파원들의 분석을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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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금융위기로 자국경제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느긋해 하던 미국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3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대아시아 수출감소 등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 그동안의 낙관론을 뒤엎었기
때문이다.

아시아금융위기가 미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첫 분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와
농산물수출업체들이 주요 시장인 아시아지역의 수요감퇴를 직접적으로 감지
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대아시아 교역수지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
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보스턴 펜실베이니아 클리블랜드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이미 수출감소와 생산위축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패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도 "수출둔화는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져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 예상치 3.6%보다 훨씬 낮은 2.0%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이 아시아경제위기한파의 영향권에서 쉽게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유럽 ]]

유럽 각국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현지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
긍긍이다.

한국 일본 등 유럽투자의 큰 손들이 모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여력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국가들은 유럽의 신규투자는 커녕 기존 대향 프로젝트마저
취소 또는 유보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은 얼마전 대우 LG 등 한국계 등 아시아기업
들이 현지 대형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있다며 이 경우 유럽의 지역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아시아 지역의 급성장을 겨냥, 현지 시장을 개척하려는 유럽기업들의
전략도 상당분 수정 또는 축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런던=이성구 특파원]

[[ 일본 ]]

프랑스 신용평가기관인 IBCA는 3일 다이이치칸교 스미토모 등 일본의 주요
금융업체에 대한 장단기 신용등급을 한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그 이전 미국의 신용 평가기관인 무디스도 같은 입장을 밝혔었다.

독일정부는 일본과 한국 금융기관에 대출시는 반드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못밖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일본도 자국 금융기관의 부실로 대외신용도가
급추락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하는 입장에 몰려있다.

게다가 최근들어 엔화가치가 연일 떨어지자 일본도 환율위기를 겪을 것이라
점치는 분석까지 나온다.

일본경제도 한마디로 전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 동남아 ]]

동남아시아는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피해당사자.

피해규모도 최대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중 말레이시아만이 IMF의 금융지원을
받지 않고 지나쳤지만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4개국 모두 주식시장 통화가치가 30~40%의 폭락을 보였다.

태국은 58개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를 받았고 최근 퍼스트방콕시티은행이
미국 시티은행에 경영권을 빼앗겼다.

경제주체들은 또 세금인상을 감내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모두 대형 국책프로젝트를 연기.철회했다.

말레이시아의 최대수력발전소인 바쿤댐건설공사는 지지부진, 수마트라를
연결하는 교량건설도 앞날이 불투명하다.

IMF의 지원을 받았던 인도네시아는 16개 금융기관폐쇄이후 1백71건의
프로젝트를 연기키로 했다.

필리핀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건실한 금융기관들의 재무상태로 이에 대한 대수술은 없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을 5.3%로 낮추고 재정흑자를 유지키로 하는 등 내핍
경제가 불가피하다.

[ 방콕=박재림 기자 ]

[[ 중국 ]]

아시아 통화들이 미달러화에 대해 급락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위앤은
강세기조를 지속, 중국의 대외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국당국은 위앤의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어 현지
업계들은 값이 싸진 동남아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은 불가피한 현실
이다.

이로인해 중국당국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9.2%에서 내년 8%, 99년에는 7%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호황기가 남긴 "이중부담"인 상업용부동산의 과잉공급과
금융산업의 부실이 새로운 문제거리로 불거져나와 이에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중국경제도 상당한 위기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 러시아 ]]

러시아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외국투자가들의 철수사태와 증시폭락현상을
겪고 있다.

이에 러시아당국은 서방은행들로부터 2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차관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긴급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톨리 추바이스 러시아 제1부총리는 최근 뉴욕 타임스 및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러시아경제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으며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 정부가 서방은행들
로부터 2백억달러의 구제금융차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 소련 붕괴후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온 러시아경제는 올들어
하강국면이 주춤하고 성장세로 반전하는 듯 하다가 지난 11월 아시아 금융
위기가 심화되자 다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 모스크바=류미정 특파원 ]

[[ 중남미 ]]

동남아 금융위기로 혼줄이 난 세계금융계의 큰 손들이 중남미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멕시코는 페소화의 평가절하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브라질의 주요 증시도
크게 출렁이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이 지역의 투자를 재고하는 등 신중한 투자전략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중남미지역에 제2의 멕시코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다소 성급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중남미 전체가 최근 동남아 금융위기사태의 사정권안에 들어왔으며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김수찬 기자 >

[[ 호주 ]]

호주는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자국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호주의 피터 코스텔로 재무장관은 3일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호주의
장기적인 경제정책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텔로 재무장관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경우 호주 수출시장의
10%가 채 안되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고 우려했다.

[ 시드니=김삼오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