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현재의 금융 위기에 대응해 지나치게 엄격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편다면 일련의 디플레이션을 촉발, 결과적으로 다른 지역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미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한 고위 관계자가 1일 경고했다.

무디스의 아시아 전문가인 빈센트 트루글리어씨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재정 건전도"에 집착한다면 "다른
지역 경제도 둔화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주최로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트루글리어씨는 "필요한 것은 역동적인 경제들마저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
의 세계적인 재정 및 통화 긴축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적인 안목에서 수요
관리에 보다 더 주목하는 것"이라며 경상수지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의
구조 개편이 이루어지도록 세계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조성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제통화기금(IMF) 뿐"
이라며 곤경에 처한 나라들에 대한 지원에 신축성이 더 필요할 것으로 시사
했다.

트루글리어씨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부유국들은 더 이상
동아시아 국가들이 현재의 곤경을 뚫고 수출을 늘리도록 돕기 위해 자극을
제공할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의 주요한 변화는 과거 미국의 역할을 떠맡아
세계 경제의 주도자가 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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