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주요업계에 공급과잉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생산설비가 소비수요를 훨씬 웃도는 추세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동남아 국가들이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대미 수출을 대폭 늘릴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면서 "수급 불균형에 의한 디플레" 우려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최근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중앙은행)가 발표한
자금순환동향으로 인해 촉발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 2월이후 10월말까지 기업들의 총차입(단기 운영자금
포함)증가율이 8%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중 신용카드 사용분을 포함한 개인 소비자금 차입은 4.4%
증가에 그쳤다.

기업 차입이 소비자 차입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지난 91년 1.4분기
이후 6년여만의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내 공장들의 설비는 28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조사기관인 심테크 토머스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올 하반기 설비
증가분이 상반기보다 무려 40%나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컴퓨터 사무자동화 산업기계 전기 합섬 목재 섬유 등 대부분 업종의
기업들이 최근 미국 경기의 장기호황 무드에 편승해 확장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큰 폭의 환율 절하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아시아 상품이
미국에 밀려올 경우 미국업계의 공급과잉은 "설상가상"의 국면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