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풍문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행동해 주기를 요망합니다"

미쓰즈카 대장상과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총재가 26일 저녁 금융시장안정
을 위한 긴급담화를 내놓았다.

일본금융의 최고 실력자가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앉아 "예금자 투자자 보호
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장상은 기자회견에서도 "현상을 분석해본 결과 더이상의 금융기관 파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풍설에 휩쓸리고 있는 금융기관들도 이날 일제히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다이와증권은 "장부외채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장기신용은행도 "스위스은행과의 제휴가 해소됐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기노시타 오사카지점장은 "경영이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예금해약사태를 빚고 있는 기요은행을 변론해 줬다.

정부 중앙은행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순간에도 사건들은 계속 꼬리를 물었다.

도쿄지점특수부는 야마이치쇼크의 한가지 요인이 됐던 총회꾼파문과 관련,
다이와증권 전부사장 등을 기소했다.

야마이치의 미키아쓰오 전사장(총회꾼사건으로 기소중)이 2천6백억엔에
이르는 채무를 장부외 처리토록 자금공작을 지시한 것도 들통이 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무디스사가 일본장기신용등 5개 은행의 신용등급
을 낮출 것을 검토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일본금융을 도태의 위기로까지 몰고 가고 있는 "금융불신"은 여전히 해소
되지 않고 있다.

대장성이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면서 공적자금지원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3일 연휴에 앞서 토요일(22일)에 야마이치붕괴전략을
터뜨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야마이치를 희생양으로 삼아 대장성이 또다시 문제의 "호송선단식" 행정을
시도중인 것으로 투자자들은 믿고 있다.

해외에서도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경영으로는 일본금융을 신뢰할 수 없음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잇단 연쇄도산사태로 "20대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 "4대 증권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일본정부의 공언은 이제 빈말(공언)이 되고 말았다.

일본금융시장도 대장성이나 일은 금융기관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냉엄한
시장의 선별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냉엄한 시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 재생을 위한 근본대책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일본금융은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경식 < 도쿄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