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제원자재시장을 강타, 주요원자재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지난 수년간의 초고속 성장에 힘입어 각종 원자재수요를
늘려 왔으나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그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급등과 주가폭락에 따른 아시아지역의 투자심리 위축이 실물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그렇다.

유가는 7월이래 지금까지 대체로 배럴당 20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여
왔다.


최근 미국과 이라크의 대결국면으로 일시 급등락하기도 했지만 "이라크
요인"을 배제한다면 98년도 유가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주요
분석기관들의 예측이다.

미 에너지안보분석사(ESAI)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평균가격(추정치)이
올해 배럴당 20.21달러에서 내년에는 18.90달러로, 브렌트유가격은 배럴당
18.73달러에서 17.62달러로 각각 배럴당 평균 1달러 정도 하락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 지역의 석유수요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국가들은 과거 수년간 석유수요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비철금속은 금융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분야이다.

구리선물값은 7월초이래 지난 19일까지 무려 20% 떨어졌고 아연값도 19%
하락했다.

구리와 아연 등이 아시아 건설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그렇다.

통화급락 사태이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공항 철도 도로
항만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들을 잇따라 취소했다.

최근들어 주요 비철소비국인 한국의 금융시장불안과 일본의 경기침체조짐
마저 표면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비철금속시장에 공급과잉 두드러질
것이라는게 전문기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선물회사 브룩헌트는 구리평균가격(현물)이 올해 t당 2천2백94달러에서
내년에 2천60달러로 2백달러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연평균가격도 올해 t당 1천3백50달러선에서 내년에는 1백달러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금값도 7월초이래 7% 하락하는 등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헷지수단인 금이 금융불안장세에서 상승해 온 과거의 현상과 정반대다.

이는 아시아사태와 상관없이 유럽중앙은행들의 금매각계획에 따른 공급
과잉우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환시장과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본 헷지펀드들이 포트폴리오
수단으로 금매각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려드는 점도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곡물시장에서도 큰 손인 한국 일본 동남아각국의 투자자들은 자국화폐가치
의 평가절하로 매입을 꺼리고 있어 향후 시황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시장의 큰 손들은 아시아통화위기를 맞아 "매도포지션"
쪽으로 투자계획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원자재시장에 거래부진과 공급과잉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유재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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