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돈이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달 다소 안정세를 찾는 듯하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한국쇼크"로 다시
불안해지자 "자금의 미국집중화"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이에따라 달러화 채권 주식값이 모두 뛰는 이른바
"트리플강세(3고)"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채권인 30년 만기 재무부채권수익률은 19일 1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연 6.03%를 기록, "연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달러화도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1백27엔을 넘어섰다.

주춤했던 증시도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자금의 미국이동"은 미국경제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의 아시아금융위기는 이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믿을 나라는 미국뿐이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자금집중은 채권시장에서 잘 설명해 준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평가받는 30년만기 재무부채권의
수익률은 최근들어 급전직하(가격급등),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연 6%"에 바짝 접근했다.

지난 96년 1월 잠깐 6% 밑으로 내려갔던 이후 처음이다.

"내일이나 모레쯤 5%대 진입이 가능할 것"(안토니 카리다키스
퍼스스시카고금융 선임연구원)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채권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없는"(잭 말베이 레만브라더스 국제금융
분석담당)데다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으로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자율을 인상하지 않을 것"(조슈아 파이만 뱅커스트러스트 국제금융분석
담당)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달러강세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 볼수 있다.

지난 7,8월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을때만도
엔-달러환율은 "1백20~1백22"의 박스권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10월말 금융위기가 홍콩으로 확산되고 이달들어 한국도 사정권에
들어서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들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달러는 급등(엔화급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외국투자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공공기금의 증시개입"도
하시모토 류타로총리의 반대로 무산되자 일본주식등 "일본물"에 투자됐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미국물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에따라 달러는 이날 1백27.42엔까지 올랐다.

올들어 최저치인 지난 6월 1백11.10엔보다 무려 16.32엔(14.7%) 오른
것이다.

종전 최고치는 5년전인 92년 8월의 1백27.46엔.

달러는 이날 독일 마르크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채권 달러강세의 주가도 다시 뛰고 있다.

미국 주가는 지난 7월 태국 등 동남아위기 와중에서도 8천선을 웃도는 등
강세를 보였으나 10월말 홍콩주가폭락으로 인한 "블랙먼데이" 이후엔
아시아증시와 동반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19일엔 일본주가가 5.3%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73.92포인트
오르는등 안정세를 유지했다.

"한국쇼크" 진정 등 아시아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한 세계자금의
미국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육동인.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