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격추위협에도 불구하고 10일 이라크의
정찰비행을 재개한 미국첩보기 U2기가 무사귀환함에 따라 걸프만에 감돌던
일촉즉발의 긴장은 우선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군은 성명을 통해 U2기가 이날 오전 8시28분(바그다드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이라크 영공에 진입한 뒤 3시간만에 떠났다고 밝히고
이라크 대공포대가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갖췄으나 U2기가 대공포 사거리
보다 높은 2만1천m 고도에서 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미정찰기가 유엔비행금지구역 감시를 빙자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라크 공격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미군기가 이라크 영공에
진입할 경우 격추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이라크는 또 이날 관영 언론 등을 동원, 미국과 대결해 반드시 승리할 것을
다짐했으며 바그다드에서는 부녀자 3천여명이 참가한 반미시위가 열렸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10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중 프랑스와 러시아는 대이라크 군사공격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영국은 이라크 공격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참석을 위해 미국 방문 길에 오른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파리에서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과 만났으며 베드린 장관
은 이라크가 사찰 거부조치를 철회할 것과 U2기에 대해 적대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프랑스 외무부가 10일 발표했다.

또 영국은 이날 U2기의 정찰이 시작되자 군동원 준비를 갖추고 유럽연합
(EU) 동맹국들이 이라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으며 독일
외무부는 이라크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위기가
고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10일 이라크 사태를 논의한 뒤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라크가 유엔과의 협력관계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