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학영 특파원 ]

미국 대법원은 4일 상품및 서비스 공급업체가 소매점의 소비자가격
최고한도(재판매 가격)를 지정할 수 있다고 유권 해석했다.

미국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지난 68년 일체의 재판매가격 지정을 불법
으로 판결, 지켜온 스스로의 판례를 29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이 새로운 판례를 만듦에 따라 비슷한 소송을 준비중인 자동차
맥주 식품 신문 등의 업계에도 소비자가격 최고 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이들 분야에서 업체간 가격 인하 경쟁이 촉발될 공산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소비자 단체들은 "소비자들의 권리가 강화됐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이와관련, 유통 전문가들은 지난 29년간 재판매가격 지정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해온 미국의 공정거래 정책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독점금지제도를 기준으로 삼아온 한국 등 많은 나라의 공정
거래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뉴욕주 등 미국의 33개주와 전미 소매업자연맹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시장에 의한 자율적인 가격 형성이라는 원리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 재판매가격 지정 ]

소매점이 판매하는 상품들에 원공급업자(공장 또는 도매상)가 최고 한도로
정한 가격을 표시토록 하는 제도.지금까지는 일체의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은채 각 소매점이 자체적으로 판매가격을 결정, 부과토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례에 따라 미국에서는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점포별
소비자가격"이 "최고 소비자가격"과 함께 게시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제조업체나 소매점들은 최고 소비자가격 이내에서 가격경쟁을
벌이게 돼 가격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는 미국뿐아니라 공장-도매점-소매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재판매
최고가격의 지정을 불법화하고 있는 한국 등 여러나라들도 미국의 상황을
주시, 공정거래 정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가격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