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강타한 "금융 회오리"가 선진국 소득수준을 자랑해온 홍콩인들의
경제생활에 어떤 상처를 남길 것인가.

홍콩의 고정환율제가 흔들리고 주식 시장이 투매로 휘청거림에 따라 이번
금융 대란으로 일반 시민들의 생활이 어떤 악영향을 받을지에 홍콩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되는 후유증을 요약한 홍콩 언론의 표현인 "악몽의 시나리오"가 금융
회오리에 놀란 홍콩 사람들을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중산층의 재산목록 1호인 아파트 가격이 폭삭 내려 앉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악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딘 플레밍 아시아 연구소는 이번 사태로 홍콩의 주택 가격은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둥젠화(동건화) 홍콩특별행정구수반이 지난 7월초 주권반환이후 첫 정책
발표를 통해 "서민용 주택 공급을 대거 늘리겠다"고 강조한 이후 홍콩
집값은 약보합세를 보여 왔다.

아파트 공급정책에 자극받아 아파트 가격이 7월이후 지난달까지 2%정도
하락했었다.

여기에 이번 주가 폭락으로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격감하고 부동산
담보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마저 급등해 아파트는 물론 상가 경기까지 죽게
됐다는 것이 부동산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소매상인들이 전례없는 불경기 한파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이다.

주가 폭락과 이자 비용으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워 질 수 밖에 없어
홍콩의 소매부문은 구매력 부족으로 생기를 잃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술 더떠 수입품 물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있어 소매부문 경기가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 경제의 경우 공산품및 농산물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서비스
산업형이기 때문에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을 시민들
의 물가고로 직결될 수 있다.

소매상들은 단기적으로 수입상들이 매출 안정을 위해 가격 상승분을 흡수
하겠지만 환율변동폭이 동남아처럼 10%이상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홍콩엔 지정학적 특징으로 은퇴후의 외국 생활 기반을 준비하려고 해외로
재산을 내보내는 인구가 많은데 이들 "해외파"들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사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자산 관리 컨설팅 업체들은 불안해 하는
고객들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는 자세로 해외로의 재산 이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귀띔하고 있다.

한편 홍콩증시 상장을 기대해온 중국 기업들도 벌써부터 치명타를 입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화려하게 상장을 신고하고 투자자금을 조달하려는
중국의 공개추진 기업들이 주가 폭락으로 주저 앉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홍콩증시 상장을 위해 투자설명회를 지난 25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중국의 양초우석탄광업공사가 설명회를 무기 연기했다.

이에앞서 지난 24일에는 중국국영항공산업이 홍콩 상장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