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금융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하나같이 젊고 패기만만하다는 것.

이들은 선배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독창적인 금융상품과 투자기법을
개발, 기성 금융계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시장경제의 불모지였던 러시아 동유럽 개척에도 망설임없이 나서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주요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에서 "21세기 국제금융계 스타 1백명"을 선정, 이중 정부 학계 업계 등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10여명의 금융스타를 최근호(10월27일자)에서
특집으로 다뤘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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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스 프요도로프(39) 유나이티드파이낸셜그룹(UFG) 회장과
찰리 라이안(30) UFG 미국담당 최고경영자

=3년전 러시아출신 프요도로프와 미국인 뱅커 라이안은 러시아의 두뇌와
미국의 첨단금융기법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UFG라는 투자은행을 공동 창업
한다.

당시 다 쓰러져가는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설립
3년만에 러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은행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모스크바주식시장 접근을 좀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주식예탁증서와 비슷한 새로운 투자상품을 개발, 당시 러시아금융시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던 해외투자자들의 발길을 모스크바로 몰리게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황무지 러시아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으로 변화시킨 UFG는 과감한 경제
개혁을 추진하다 두번이나 해임된 바 있는 러시아 재무장관출신 프요도로프의
야심작.

프요도로프는 그러나 "하버드대 출신인 라이안이야말로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인물로 성공의 요체였다"고 겸손해 한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자 종합투자금융회사로서의
제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존 스튜드진스키 모건스탠리 유럽담당 사장

=몇해전 데니스 스티븐슨이 파산직전에 몰린 아일랜드의 항공기리스업체
GPA그룹을 인수한 직후 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1백50개 은행들로부터
1백40억달러에 이르는 차입금을 끌어들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적이
있었다.

이같은 은행차입은 기업 역사상 보기드문 규모로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일.

스티븐슨은 "대사"를 위해 영향력있는 대형투자회사가 절실히 필요했다.

망설임없이 스티븐슨이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스튜드진스키.

스튜드진스키는 이미 지난 몇해동안 유럽의 최고경영자들로부터 이와 비슷한
"SOS"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

모건 스탠리로서는 스튜드진스키가 회사의 보배.

이 회사가 지난 13년동안 성사시킨 8백30억달러(71건)의 계약중 상당수가
스튜드진스키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해 영국제약회사 아메르샴 인터내셔널과 일본 노혼 메디-피직스사간
합병건도 스튜드진스키가 따낸 것.

모건스탠리는 현재 최고경영자들이 스튜드진스키에게 걸어올 또다른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그레고리 마페이(37)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금융책임자(CFO)

=마페이는 지금도 4년전 일을 생각만하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한다.

MS사가 사업개발및 투자담당이사로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을때 마페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당시 그는 MS가 이미 성장한계에 다다랐으며 앞으로 더이상 좋은 시절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이후에도 MS는 성장가도를 질주했다.

연간매출은 3배이상 늘어난 1백10억달러규모.

마지못해 시작했던 MS에서 마페이는 올 7월 최고금융책임자로 승진했다.

시티코프 벤처 캐피털사 등을 거치면서 투자금융, 벤처캐피털, 파산,
기업인수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덕분이다.

마페이는 올한해만도 2억4천5백만달러짜리 웹TV 인수, 컴캐스트사에
10억달러 투자, 애플사에 1억5천만달러상당의 지분참여 등 왕성한 투자활동을
펼쳤다.

마페이는 또한 다른 회사 CFO들이 일반적으로 공개하길 꺼리는 제품 고객
등 관련기업정보를 과감히 공개한다.

정보란 공개를 통해 회사발전을 도모하는데 쓰는 것이지 장부속에 깊숙이
숨겨두는게 아니라는게 그의 신념이다.

<> 파리보즈 가다르(49) 미국 인트라도스그룹 회장

=가다르회장은 대학교수시절 주로 개발도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에게
정책조언을 한게 인연이 돼 인트라도스그룹을 설립, 결국 개도국에 시장
경제를 전파하는 "전도사"로 변신했다.

직원 2백명을 두고 있는 인트라도스그룹은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등 20여 동구권국가들의 주식시장 탄생을 이끌어낸 인큐베이터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무기는 주식시장의 결제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할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물론 정책변화가 심한 개도국을 상대로 하는 만큼 가다르회장의 탁월한
외교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2020년쯤이면 전세계증권시장이 우리의 결제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가다르회장은 현재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 안드레이 코즐로프(32) 러시아중앙은행 수석 부총재

=92년 러시아경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인플레 2천%, 옐친행정부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에 대한 신뢰지수는 제로.

당시 러시아중앙은행 증권부에서 일하고 있던 코즐로프는 이같은 경제난을
헤치고 나갈 돌파구를 발견한다.

제럴드 코리건 당시 뉴욕연방은행장 등 몇몇 인사들로부터 미행정부가
시장에서 돈을 조달, 재정을 꾸려나가는 방법에 대해 들었던 것.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코즐로프는 러시아국채를 발행키로 마음먹었다.

정부고위관계자들의 반응은 "애들이 장난감이나 갖고 놀 것이지"였다.

5년후 그러나 그 "장난감"은 러시아정부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제 국내및 외국인 투자자들도 러시아정부가 발행한 5백억달러규모의
국채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 구스타보 프랑코(41) 브라질중앙은행 총재

=프랑코총재는 아직 미소년의 티가 얼굴에 남아있지만 중남미 최대규모의
경제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은 프랑코총재는 요즘엔 동남아통화사태
추이를 파악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과 몇년전 멕시코 페소화사태로 중남미경제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2의 통화위기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6백20억달러의 외화도 보유해
놓은 상태다.

프랑코총재는 그러나 무엇보다 경제의 펀드멘털이 건강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 투명한 시장개방정책을 과감히 펼치면서 브라질경제의 체질강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라질경제의 파수꾼으로서 프랑코총재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절대적인
것도 우연은 아닌 듯 하다.

<> 로버트 비시니(38) 시카고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

=비시니 교수는 "모든 정보가 가격형성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어 누구라도
계속적으로 타인보다 우수한 투자성과를 올릴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가설
(EMH)을 믿지 않는다.

실제 비시니교수는 한 투자회사의 파트너로 참여,이 가설을 뒤집는 일을
벌이고 있다.

비시니교수는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는 효율적 시장가설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오히려 "행동 심리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순익이 지난 몇해동안 지속됐다면 인간(투자자)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정사실에 집착하려는 경향이 있기때문이다"

비시니교수는 이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종종 투자리스크와 시장가치의
판단에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일부 영리한 투자자들은 이러한 경향을 투자에 1백% 적용, 성공적인 투자
전략을 이끌어낸다.

비시니교수와 몇몇 동료교수가 지난 94년 설립한 LSV 어셋 매니지먼트사는
이같은 인간심리를 투자에 활용, 해마다 S&P500의 평균수익률보다 3.4%포인트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해왔다.

비시니교수는 "솔직히 이같은 투자기법을 실전에 이용한지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아 효율적인지, 아니면 그동안 단지 운이 좋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는지, 판단하기가 이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시니교수는 자신의 투자기법을 해외시장에 적극 수출, 이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