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간의 역사적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정상으로는 12년만에 처음 이뤄지는 장쩌민(강택민)주석의 미 국빈방문
(10월26일-11월2일)이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인 현안을 집어 21세기 신국제
질서를 짜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89년 천안문사태이후 불편했던 관계를 공식적
으로 정상화시키게 된다.

그러나 증가추세를 보이는 미국의 대중무역적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문제는 단순히 외교적이 아닌 심도있는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
이다.

특히 김정일의 북한노동당 총비서취임이후 두정상이 한반도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에게도 남다른 관심의 대상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이 갖는 의미를 베이징및 뉴욕특파원의 분석을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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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회담보따리 내용 ]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는 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의
"회담보따리"가 묵직하다.

표면상으로는 89년 이래 양국관계의 대치분위기를 완화한다는 것이 주목적
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신양극화시대에 중국의 위상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
이다.

중국당국자들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외교부대변인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등 기타분야에서도 새로운 양국
관계를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요구조건도 많다.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에 대한 군비판매를 자제해 달라는
주문을 할 예정이다.

남사군도와 조어도 등 인접국가와의 분쟁때 국제법에따라 해결할테니 미국
이 당사국의 막후에서 지원하지 말것을 당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밖에 중국이 파키스탄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중국에
대한 미국기업의 원전및 핵기술판매를 허용하라는 부탁도 결들인다는 전략
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 키를 쥔 미국에 대해서 자국 경제실상을
설명하고 가입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요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그동안 제기해온 현안중 시장개방확대와 인권개선 등에 대해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당부할 속셈이다.

잇단 수입관세인하로 연간 3백6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에
성의를 표시하고 있다는 점과 20억달러상당의 보잉사항공기 구매계획을
밝힌다는 구상이다.

2020년까지 6백억달러가 넘는 원자력발전소건설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미국측의 원전시장 참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분야 외에 자동차와 컴퓨터분야등에 대한 미국기업의 참여확대방안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 미국 무슨 얘기 꺼낼까 ]

미국측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간의 "정상외교"가 공식적으로 복원
됐음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선언적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중단돼 온 두나라 정상간의 회담이 이번에
재개된 것 자체만으로도 양국 관계의 "화해와 협력"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이에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급적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압력성 주문은 삼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의회는 물론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어떤 형태로든 클린턴 대통령과 장
주석간에 "거북한 얘기"가 오고 갈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예컨대 중국의 인권문제나 티베트 사태, 대이란 크루즈 미사일 수출 등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빚게 했던 이슈들은 어떤 형태로든 걸러질
것이라는게 백악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경제현안들도 심도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은 특히 최근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면서 시장개방 확대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에서 어떤 심각한 얘기가 오가건간에 회담 결과의
발표는 "밝고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포장될게 분명하다고 정가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간의 관계 증진을 위해서 갖는 것이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니콜라스 플래트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양국간에 "점점"을 찾을수 있는 핵무기 비확산과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등에 대해 두나라간의 "공조 확대"를 다짐하는데 상당한 외교적 수사가
동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장쩌민주석 방미일정 ]

<> 10월 26일 : 베이징(북경) 출발, 하와이 호놀룰루 도착,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 등 관람

<> 27일 : 버지니아주 윌리엄스 파크 시찰뒤 워싱턴 도착

<> 29일 : 환영식 참석,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 기자회견

<> 30일 : 상/하 양권의원 조찬회 참석, 재미 중국인 단체대표 면담,
필라델피아 미국독립기념관 관람, 상하이 교통대 시절 은사와의
만남

<> 11월 1일 : 뉴욕시 경제단체 대표 면담, 뉴욕 증권거래소 시찰, 보스턴
하버드대 강연

<> 2일 : 로스앤젤레스 도착, 기업 시찰뒤 귀국

[ 미-중관계 주요일지 ]

<> 71년 7월 : 키신저 미국대통령 특별보좌관 방중

<> 72년 2월 : 닉슨 미국대통령 방중

<> 79년 1월 : 미-중 국교정상화

<> 84년 4월 : 레이건 미국대통령 방중

<> 89년 2월 : 부시 미국대통령 방중

<> 97년 2월 :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고 덩샤오핑(등소평) 조문 방중

<> 97년 3월 : 앨 고어 미국 부통령 방중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