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미국 블랙먼데이의 특징은 "단기간 주가폭락"이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는 것.

그러나 10년후인 요즘 일본경제는 거꾸로다.

휘청거리는 경제가 "장기간 주가속락"을 가져오고 있다.

일본은 블랙먼데이의 아픔을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극복한 듯 보였다.

잠시 출렁이던 주가(닛께이평균)는 2년여만인 89년 12월 4만원대에 육박
했다.

사상 최고치(38,915엔)였다.

도쿄증시의 싯가총액도 단연 세계 1위였다.

그러나 뉴욕증시에 세계 1위자리를 내놓은지 오래다.

지금 주가는 17,000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돌리고 있다.

아직도 80년대말 "버블(거품)경기"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시각이다.

기업 기관투자가 정부등 모두 버블에 취해 있다가 깨어보니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기업들은 너무 쉽게 돈을 벌려했다.

조달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크게 늘려 이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단기간 이익은 컸지만 결국 자기자본이익율(ROE)의 저하를 가져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기관들이 대부분인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대상을 선정할때 전통적인
투자기법인 "자산가치"를 가장 중시했다.

주식싯가총액이 GDP(국내총생산)을 웃도는 등 금융시장이 실물경제에 비해
과열됐지만 이같은 고지식한 투자는 계속됐다.

결국 거품은 꺼졌고 금융기관은 대량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정부의 대안도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대표적인게 특정금전신탁의 결산을 탄력적으로 하는 방안.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전반적인 금융개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은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었고 89년까지 미국보다
건전했던 정부재정은 급속히 악화됐다.

일본은 지금 "빅뱅(Big Bang)"으로 재생을 노리고 있다.

과감한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시장을 살리고 이를 토대로 실물경제를 회생
시키겠다는 취지다.

"빅뱅"은 그래서 하시모토 류타로총리가 직접 전면에 나서 추진할 정도다.

"빅뱅은 도쿄시장을 재생시킬 마지막 찬스"(대장성자문기관인
증권거래심의회)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빅뱅"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할뿐 아니라 다른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핵심중 하나는 동남아시아경제의 혼란.

일본주식회사의 사실상의 하청공장격인 동남아경제가 흔들리면 그 파장은
곧장 일본경제에 타격을 준다.

그런 동남아경제의 혼란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도쿄주식
시장에 불안감을 더해 준다.

17일에도 일본주가는 무려 2백29.07엔 떨어졌다.

<육동인기자>

*** 노무라연구소 ''동남아위기 일본에 미치는 영향'' 분석 ***

지난 7월이후 동남아 통화급락은 일본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노무라연구소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등 아세안 4개국의
대엔환율 하락율이 20%에 이르면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15%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한다.

수입의 경우 수량증가가 가격인하로 이어지는 만큼 수치상의 영향력은
중립적.

일본의 대아세안 무역비중은 전체 일본무역액의 15%선.

7월이후 두달간 아세안 4개국의 대엔환율 하락율이 15%를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이 지역에 대한 무역흑자는 연간 약 8천억엔정도 축소된다
는 계산이다.

이것은 GDP의 0.2% 수준.

일본경제가 내부는 물론 밖에서도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일본판 빅뱅'' ***

2001년까지 일본 금융시장을 대개혁, 도쿄를 뉴욕 런던에 버금가는 세계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금융자유화 경쟁촉진 국제화가 3대원칙이다.

핵심은 은행 증권 보험의 상호진출 허용.금융지주회사를 설립, 금융기관간의
원활한 흡수합병과 신규사업진출을 가능케 한다.

증권회사 설립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외환 증권거래 등도 완전
자유화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