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뉴욕증권시장에서 주가하락폭이 장중한때 1백27포인트에 달했다.

이례적인 큰 폭이다.

주가가 8천선을 웃돌면서 "언젠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해온 중개인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요즘과 주가의 움직임이 비슷한 시점(그래프참조)에 발생했던 블랙먼데이
(87년 10월 19일) 11주년을 10여일 앞두고 있어 불안은 더 컸다.

이날 주가하락의 신호탄은 미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나왔다.

증언에 나선 앨런 그린스펀 FRB(미중앙은행)의장이 "노동시장의 과열과
인플레 우려"를 예로 들며 "최근 증시상승은 지나친 것"이라고 경고한 것.

그린스펀의 이같은 경고는 앞으로 통화신용정책의 변화를 예고한다.

한마디로 긴축운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10개월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린스펀은 주가가 7천포인트를 넘내리던 지난해 12월 6일 "증시과열"을
경고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주가는 단박 1백50포인트 떨어졌고 결국 3월엔 금리를
인상했다.

이번에도 시나리오는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스펀은 "필요하다면"이란 단서를 붙였지만 전문가들은 다음달 12일로
예정되어 있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3월 연 5.5%로 올린 연방기금금리를 연 5.75%로 0.25%포인트가량
더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그린스펀이 인플레가능성을 경고한 배경은 뭘까.

우선 고용상황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9월의 실업률은 4.9%로 24년만의 최저수준이다.

미국식 기준으로는 거의 완전 고용상태다.

이는 곧 임금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란게 그린스펀의 해석이다.

실세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30년만기 재무부 채권수익률은 7일 연 6.23%선을 기록했다.

이는 근 20개월만의 최저치로 최근의 금리급락세을 반영해주고 있다.

금리가 자꾸 하락하면 쓸데없이 돈을 쓰겠다는 사람이 많아진다.

주가.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필요이상으로 부풀려지면서 인플레를 부추킬
것이란 계산이다.

그린스펀의 경고시점이 지난해에는 주가가 연간 26% 올랐던 때였고 올해도
27% 상승한 시점이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긴축정책이 가져올 영향은 이날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주가는 급락했고 금리는 뛰어올랐다.

30년만기 재무부채권이 하루만에 0.15%포인트 오른 연 6.38%를 기록했다.

달러화도 약세로 돌았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백22.56엔에서 1백21.05엔으로,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1.7517마르크에서 1.7485마르크로 떨어졌다.

물론 그린스펀의 경고가 인플레를 사전에 막기위한 "예방" 차원에서
나왔다는 해석도 있다.

작년말에도 그의 "경고"이후 금융시장이 잠시 출렁거렸지만 오히려 경기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었다.

올해도 금융시장이 일시적인 혼란은 겪겠지만 이로인해 실물경제는 더욱
건실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9년이후 7년반동안 "인플레없는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미국경제.

인플레 발생으로 상승세가 한풀 꺽일 것인가, 아니면 "예방책"의 효과로
호황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결과가 어떨 것이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흐름이 다시 바뀔 것임을 예고해
준다.

<육동인기자>

[[[ 그린스펀 발언내용 ]]]

"인플레이션의 재출현은 지난 수십년동안 유례없는 균형성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의 지속여부에 가장 큰 위협적인 요소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과거 몇년간 놀랄만한 활황세를 기록한 주식시장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계속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분명 비현실적이다"

< 앨런 그리스펀 FRB의장, 8일 미 의회 예산위원회 연설에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