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Mahatir, Soros and the curreny markets, October 3 >

최근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와 조지 소로스간에 벌어진 설전은 외환거래
의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한번 짚어보게 한다.

환투기꾼에 대한 비난은 소로스가 첫대상이 아니다.

30년전 영국정치인들은 파운드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스위스 대금융업자들
을 비난했었다.

오늘날 런던은 세계최대의 외환시장으로 탈바꿈했다.

95년 전세계 시장에서 거래된 하루 외환거래규모는 1조2천억달러.

이는 상품 서비스 교역규모의 50배에 달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인 70년대초만해도 외환거래규모는 상품 서비스
교역의 6배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마하티르총리는 투기적 자본의 흐름은 비생산적일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기업들에 해만 끼친다고 주장한다.

그의 견해에는 환투기꾼들의 행위동기가 오로지 이윤을 얻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 깔려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들의 목적이 돈을 버는데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소로스의 퀀텀 펀드와 같은 헤지 펀드가 최근 수년간 국제금융시장을
동요시킨 주범으로 비난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IMF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전세계적으로 6천억달러에서 1조원달러규모로
이들 자금은 취약한 통화나 금융상품에 무차별적으로 달려드는데 동원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투기꾼들은 공격대상을 아무렇게나 잡는게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이들은 모든 경제지표를 신중하게 검토한다.

때문에 경제 펀드멘털과 맞지 않는 통화가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신뢰할만한 경제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는 통화는 절대로 공격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92년 영국 파운드화와 이탈리아 리라화의 대폭적인 하락과 94년 멕시코
페소화위기, 그리고 최근 동남아통화의 동시폭락은 바로 이들 국가의 경제
불균형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환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를 매치시킴으로써 외환의 유동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환투기가 금지됐다고 가정해 보자.

특정 외환표시 상품을 매입한 사람은 그 나라의 경제여건변화에 관계없이
그 상품을 일정기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외환거래를 하려고 하겠는가.

국제 금융시장의 문제점은 "거품상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들끓다가 갑자기 냉각되는 "냄비근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이따금씩 동요하는 것이다.

특정국가의 인플레율 경상수지등 펀드멘털이 장기적으로는 환율에 반영
되지만 단기간은 이런 경제밑바탕이 무시된다는 게 문제다.

달러가치가 지난 85년 달러당 2백60엔에서 95년에는 80엔, 그리고 최근에는
1백20엔으로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은 경제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부경제학자들은 환투기를 부분적으로나마 방지하기 위해
외환거래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거래에 대한 과세조치는 오늘날의 금융기법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금융구조를 고려할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게다가 유동성 감소로 인해 단기적인 외환투자는 물론 국경을 넘나드는
해외투자도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정부가 환율의 적정수준을 시장보다 더 잘 알수 있다고 믿는 것도 큰 착각
이다.

외환위기시 정부역할은 더할나위없이 중요하지만 잘못된 행위를 인정하고
곧바로 시정하는 탄력적 측면에서는 시장기능을 따라갈 수가 없다.

마하티르총리는 소로스와의 논쟁에서 이기려면 금융시장의 오류만을 주장
해서는 안된다.

뭔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 정리=이성구 런던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