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중의 보석 다이아몬드를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

다이아몬드는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인 "Admas"를 어원으로
갖고 있다.

어원처럼 이 신비한 결정체를 찾아내고 채굴해 세상에 파는 다이아몬드
광업도 "신비한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남아공의 드비어스그룹은 다이아몬드 광업을 지배하는 대기업그룹이다.

이 다이아몬드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는 52세의 니키 오펜하이머회장이다.

오펜하이머회장은 지난달12일 드비어스그룹의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렇지만 다이아몬드업계에서 오펜하이머회장을 신인 최고경영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니키 오펜하이머는 드비어스를 창업한 오펜하이머가문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룹부회장시절에도 드비어스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드비어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오펜하이머 회장의 경영비전으로 움직여
왔다는 말이다.

오펜하이머 회장은 영국에서 학업을 마친 직후인 23세때 드비어스에
들어와 경영수업을 쌓기 시작한다.

회사 밑바닥에서부터 훑어 올라와 입사 10년만인 33세때 드비어스 이사가
된다.

드비어스에서는 사원들에게 다이아몬드 원석을 감정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사규로 정하고 있다.

예외없이 입사후 원석을 등급별로 분류하는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교육을 지겹게 여기는 사원이나 임원들이 적지 않다고.

그러나 오펜하이머회장은 사원시절부터 입만 열면 "원석 감정이 조각그림
맞추기처럼 재미있다"고 말하는등 다이아몬드 산업을 취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게 주변의 얘기다.

다이아몬드광 탐사를 위해 헬리콥터 비행자격증까지 취득했을 정도다.

이 다아아몬드광은 지난달 회장선임 직후 "다이아몬드 광업이야말로
먼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줄곧 강조해온 원석 공급조절체계를 더욱 강력하게 보강할 것임을
시사했다.

드비어스그룹은 다이아몬드 원석 세계생산량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CSO(중앙판매기구)가 전세계 원석 거래의 80%이상을
독점 판매한다.

이런 공급조절체계가 지속돼야만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창조하는 희소성이
유지되고 드비어스그룹도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같이 희소성을 강조하려고 오펜하이머회장은 다이아몬드 원석의 독점
판매 체계를 구상하고 1930년에 실제로 CSO를 발족시킨 자신의 조부
어니스트 오펜하이머회장을 자주 들먹인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와 앙골라등이 CSO를 외면하고 자체적으로 직접 원석을
내다파는 사례가 많아 드비어스그룹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드비어스는 또한 장기비전아래 다이아몬드 수요를 자극하기위해 정밀하게
계산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슬로건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히도록 하는
전략광고를 40년이상 지속하고 있다.

오펜하이머 회장이 다이아몬드처럼 드비어스도 영원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새 경영을 풀어 놓을지 주목된다.

[[ 약력 ]]

<>1945년 :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출생
영국 옥스퍼드에서 정치.경제.철학 전공
<>1968년 : 드비어스입사
<>1985년 : CSO 런던지부장
<>1990년 : 드비어스그룹 부회장
<>1997년 : 회장

<양홍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