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의 시선이 홍콩으로 집중되고 있다.

20일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 회담이 열리고 23일부터는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가 개최되기 때문.

물론 이번 모임들은 동남아 통화위기등 국제금융혼란 대처방안이 주요
의제다.

그러나 미국등 G7의 진짜 관심은 다른데 있는 것 같다.

바로 일본의 무역흑자 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G7재무장관회담은 일본의 무역수지흑자를 둘러싼 미.일간
한판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회담을 앞두고 나온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서 확인할수
있다.

루빈 장관은 18일 "일본의 무역흑자 문제는 G7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일본은 수출주도의 경기회복책을 버리고 내수주도에 의한 경기확대책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의 무역흑자확대는 세계경제에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올 것"
이라고 말했다.

루빈의 이 발언은 미국의 7월중 대일 무역적자가 2년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는 상무부의 발표직후 나온 것이서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방안이 이번 회담의
톱이슈가 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의 7월중 대일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27.3% 늘어난 52억달러로 지난
95년6월(53억달러)이후 가장 컸다.

따라서 미국은 G7회담에서 올초 일본이 대외적으로 내건 ''내수주도의 경기
확대와 무역흑자 축소 노력''을 상기시키며 G7 회원국들의 원조를 등에 업고
일본의 약속불이행 에 대해 강도높은 공세를 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
하고 있다.

수세에 몰린 일본은 그러나 현재로선 미국측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일본은 세금삭감등의 구체적인 내수확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내수확대책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을 거부할 것임을 비치는
발언이 대장성 고위관리들에서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일이 협상점을 찾기 어려워 이번 회담이 양국에 실익을 주지 못하고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될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이는 외환시장에서도 그 실마리를 찾을수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 주범으로 지목돼온 엔약세(달러강세)현상이 G7회담을
앞두고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1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4개월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백22.38엔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G7이 일본의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점을 배려해 엔
강세를 강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도 "인플레 방지등을 위해 강한달러(달러강세)는 여전히 국익에 도움이
된다"(루빈 장관)는 입장이다.

엔.달러환율에 대한 G7 입장은 달러당 1백20엔대의 현 수준을 용인하는
선에서 환율에 대한 명시적인 성명을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는 G7 회담이후 엔화가 달러당 1백25엔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연말까지 달러당 1백30엔까지 갈 수도 있다"(조시 소로스)는 관측
까지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일본의 무역흑자는 더욱 불어날게 뻔하다.

결국 일본이 내수진작책에 반대하는데다 무역흑자폭이 환율변동과 연동되는
등의 이유로 이번 회담은 가시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