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산업구조조정작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대형화를 통한 국제경쟁력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번 구조조정작업은 자동차
를 비롯 가전, 해운 등 전분야에 걸쳐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그동안 사회주의경제체제
에 길들여진 자국 산업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 국제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헤쳐 나가기 위한 장기전략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일부 현지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작업을 공기업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
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경영상태에서 민영화를 추진했다가는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오히려 혼란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분야는 자동차산업이다.

차이나데일리지에 따르면 최근 중국정부는 대규모 합병을 통해 기존 13개
자동차회사를 3~4개의 대형자동차그룹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생산과잉과 과당경쟁을 막고 효율적인 자동차
산업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위해 중국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설비투자를 중앙정부의 인가제로 변경,
지방정부가 관할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허가권을 포함, 모든 자동차 관련
설비투자를 중앙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기존 외국합작회사들도 중국정부의 방침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시장진출을 위한 향후 전략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GM 포드 벤츠등 몇몇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생산계획의 수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자동차산업구조조정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신설되는 3~4개
자동차회사는 각각 연간 40만대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매출규모는
48억달러에 이르는 대형자동차그룹으로 육성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생산규모가 대부분 10만대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국제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중국에는 최근 몇년간 개방과 개혁의 물결을 타고 무려 1백20여개(부품업체
포함)의 자동차회사가 난립해 있다.

많은 업체수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체생산의 90%인 1백50만대를 13개 대형
업체가 담당해 왔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적자등 부실경영에 시달려온 터여서
그동안 구조조정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TV등 가전산업도 구조조정의 도마위에 오르긴 마찬가지이다.

중국정부는 최근 컬러TV의 수급을 안정시키기위해 국내외기업의 신규공장
건설을 금지키로 결정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중복투자를 막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임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 각지에는 현재 1백20개의 TV생산업체가 우후죽순격으로 설립돼 있으며
이중 1백만대이상을 생산하는 업체는 고작 5개업체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투자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중국정부는 이와 함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기업인지도를 높여 해외시장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 기업의 대형화가
선결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의 5대 TV생산업체인 하이센스그룹이 최근 3개의 라이벌업체를 손아귀
에 넣으면서 연간생산능력을 1백50만대로 50%이상 확대해 가전그룹으로
떠오른 것도 중국정부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구조조정작업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광저우(광주)해운그룹, 다롄(대련)해운그룹등 5개의 국영해운
회사를 하나로 통폐합, "중국해운그룹"이라는 중국 최대해운회사를 탄생
시켰다.

세계적인 해운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이 이처럼 WTO가입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구조조정
작업은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 가전등
핵심전략산업분야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중국시장진출전략
에도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