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도회사들이 요즘 "철도 르네상스"의 꿈에 부풀어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21세기형 열차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초경량 몸체에 인공지능 운전 시스템을 갖추고 초고속 스피드와 강력한
파워로 무장한 기차.

철도업계는 이 하이테크 기차가 트럭에 빼앗긴 물류부문의 왕권을 되찾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전미 화물운송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했던 철도는 80년대들어서
급속히 위세를 잃어갔다.

고속도로를 타고 구석구석까지 화물을 실어나르는 트럭의 활약에 철도의
운송담당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

이어 수많은 철도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져 나갔다.

이틈에서 살아남은 철도업자들은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었고 이제 하이테크 기차를 내세워 재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이테크 기차.

우선 가볍다.

알루미늄이나 우주선에 쓰이는 특수소재로 만들어져 자체 무게를 대폭
줄였다.

훨씬 많은 화물을 실어나를 여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존기차보다 열차 1대당 20~30t쯤은 거뜬히 더 실을 수 있다.

엄청난 파워가 더해진 엔진은 부품이 적어 고장률도 오히려 낮다.

한시간에 80마일을 주파하는 스피드도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열차의 위치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성
추적장치.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운행 스케줄 조정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그동안 철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운행의 비효율성에 획기적인 대책이
생긴 것이다.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이같은 최첨단 열차가 곧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보도,
미국 철도운송사업에 대변혁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물론 차량가격이야 엄청나게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리스회사덕에 철도회사들은 손쉽게 값비싼
열차를 장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철도운송업의 부활조짐으로 제너럴 모터스(GM),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주요 기관차 제작사들과 IBM 등 시스템 운영업자들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GM 계열사인 일렉트로-모티브의 리처드 플레밍 대변인은 "철도운송업이
다시 예전의 호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단언한다.

하이테크 기차가 본궤도에 오르면 철도운송업은 첨단 정보통신업이 부럽지
않은 황금알을 낳는 업종이 될 것이라는게 그의 예측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