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한국화, 한국인의 중국화가 동시에 이뤄질때 명실상부한
현지완결형 중국 투자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원태 중국한국상회회장(금호그룹 중국본부장)은 이같이 밝히고 "중국
시장에 가장 밀착된 인력을 갖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것"이라고 단언한다.

이회장은 중국지사에서 4년 정도 근무한후 귀국하면 주재원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회사에는 "손해"라고 지적한다.

제경비와 시간을 들여가면서 중국인들과 어느정도 친분을 쌓아 기업에
업적을 남길때쯤이 되면 귀국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주재원의 근무기간과 함께 중국인(조선족 포함)의 한국기업내 역할증대도
하나의 변화이다.

수교초기 중국인들은 대중투자 기업내에서 말단사원 역할을 하는데
그쳤으나 현재는 평사원에서 부장급까지 다양한 직위에 포진해 있다.

현지직원들은 학맥과 친분을 이용해 시장개척의 선봉에 나서기도 한다.

중국근무 10년째인 박원길 대우그룹 중국본부장과 김학성 (주)쌍용
중국본부 부장은 장기근무의 케이스이다.

수교이전부터 중국에 주재하기 시작한 김부장은 자신이 맡은 중국내
자동차시장 판세를 훤히 꿰뚫고 있을뿐만 아니라 국무원 산하 기계공업부와
국가계획위원회 경제무역위원회 등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이은범 쌍용그룹 중국본부장은 "그동안 3~5년 내외이던 주재원 근무기간이
5~10년으로 장기화되는 추세"라며 "일부 주재원들은 중국내에서 시민권을
따서 생활하기를 희망하고 자신의 뼈를 중국내에 묻겠다는 각오로 현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주재원이 현지인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현지화될때 중국내 기업운영이
성공할수 있다는게 이본부장의 주장이다.

김대익 효성그룹중국본부장도 주재원의 업무추진능력이 뛰어나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 10년 이상 근무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김본부장은 중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일부 주재원들은 일.중 수교(72년)
이후 현재까지 근무하면서 중국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뀌띔한다.

대중투자기업들은 현지법인에 취업중인 "중국인의 한국화" 작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천수건재유한공사가 그 예이다.

이 회사는 9백명의 중국인 직원과 6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경영방침을
공유할수 있는 교육훈련장을 갖추고 있다.

베이징 인근에 설치된 이 교육훈련장은 주재원과 현지직원들이 회사경영
이념을 공유하는 "용광로"로 활용되고 있다.

천수유한공사는 또 중국인들이 관리직을 희망할 경우 개인의 능력과 성실도
등을 감안, 과감하게 발탁하고 있다.

회사경영방침을 성실히 준수할것과 한국경영관습을 이해하는 조건으로
부장 등의 관리직까지 승진시키고 있다.

이같은 현지화 노력으로 천수유한공사는 지난해 베이징시의 성공한 10대
외상투자기업에 선발됐고 중국공산당 간부의 교육과정에서도 대중투자 성공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양승윤 대한상의 베이징사무소장도 현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양소장은 "현재는 주재원과 현지직원의 역할이 구분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쪽의 업무영역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몇년내에 중국 현지
직원들이 경제단체와 기업의 중국사무소 대표를 맡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지직원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등 근로의욕을 자극할 제도만
마련되면 현지직원들도 열심히 일한다고 양소장은 덧붙인다.

주재원 한 사람의 중국내 체류비용이 최소한 연간 10만~15만달러에 달하는
것도 현지직원이 중간간부 자리로 오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지화된 인력들이 중국 사회구조를 이해하고 요소요소에 확보된 인맥을
활용해 중국시장을 개척할 때 "대중투자의 성공"이 앞당겨질 것이라는게
한국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