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71)의장이 의회에 등장하면
월가는 바짝 긴장한다.

미국의 통화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그의 말 한마디에 주가와 환율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력 덕에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린스펀 의장이 11일로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87년 레이건 대통령이 그를 FRB의장에 임명한 후 91년에는 부시
대통령이, 96년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임하면서 10년째 FRB를 이끌고
있다.

지난 51년부터 19년 10개월간 FRB 의장을 지낸 맥 마틴 이후 두번째 장수
기록이다.

그가 이처럼 장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경제를
장기성장체제로 유도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어서다.

중앙은행의 임무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으로 정의하는 그는 인플레이션
조짐을 한발 앞서 읽어 내고 금리인상 등 대응조치를 내놓는다.

경기위축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재임기간동안 2,500에서 8,000으로 3배이상 치솟은 주가는 그가 옳았음을
말해준다.

정치인과의 두터운 인맥도 장수비결이다.

그는 테니스나 골프 등 스포츠를 통해서 정치인과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아더 레비트 증권거래위원회 의장, 존 카시 하원예산위원회 의장 등이
절친한 스포츠 친구.

정.재계의 각종 모임도 빠짐없이 챙긴다.

그가 곤경에 처했을 때 인맥은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주곤 했다.

지난 2월 클린턴 대통령이 고분 고분하지 않은 그를 갈아치워 버리려고
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 밀려 재선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린스펀 의장은 경제기자들에게는 아주 다루기 힘든 인물로 통한다.

6년째 정식 기자회견을 단한번도 가진 적이 없는데다가 항상 애매모호한
말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기자들은 그의 의중을 읽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다.

그런 그린스펀이지만 여기자만은 좋아하는 모양이다.

고희를 넘긴 그린스펀은 지난 4월 20세 연하인 NBC방송의 간판 여기자인
앤드리아 미첼과 결혼식을 올렸다.

무려 12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때 미국 방송계에서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리던 ABC의 바바라 월터스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 약력 ]

<>26년 뉴욕 출생
<>48년 뉴욕대 경제학과 졸업
<>50년 뉴욕대 경제학 석사
<>54년 타운샌드 그린스펀경제컨설팅사 설립
<>74년 포드 대통령경제자문위 의장
<>77년 뉴욕대 경제학 박사
<>87년 FRB 의장
<>91년 FRB 의장 연임
<>96년 FRB 의장 3연임

< 조성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