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산업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롤레오수드베네수엘라(PDVSA)가 1일
세계최대의 매장량을 지닌 유전에서 시추작업을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순위 세계 5위에서
세계 2위로, 매장량순위 세계 최고로 발돋움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라이벌로 급부상하는 하는 것이다.

PDVSA가 미국 코노코사사의 도움을 받아 시추에 착수하는 곳은 베네수엘라
북부 오리노코강 일대.

석유매장량이 무려 2천7백억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매장량 2천6백20억배럴을 능가한다.

물론 양국 유질의 차이점으로 단순 비교에는 문제가 있다.

사우디의 매장량은 경제성있는 고품위원유로 구성된 확인매장량규모다.

반면 오리노코유전은 점도와 밀도가 반고체상태로 저품위 초중질유 성분
이다.

그동안 시추와 정제 등에 따르는 어려움 때문에 경제성을 따져 산출하는
확인매장량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확인매장량규모가 7백26억배럴에 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관련 기술의 발달로 오리노코유전은 경제성있는 유전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오리노코 원유의 채굴 수송 정제에 소요되는 생산비는 배럴당 6~8달러.

판매가격은 배럴당 15달러선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고품위경질유보다 5달러정도 싼 가격이지만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 유전의 경제성이 앞으로 인정받을 경우 베네수엘라의 확인매장량은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세계 산유량 및 석유수출입지도도 다시 그려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은 지난해 하루3백만배럴에서 2006년께 6백50만배럴로
예상된다.

수출량도 이때쯤 하루5백만배럴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하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은 원유도입선을 중동에서 베네수엘라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상을 실행에 옮긴 주역은 루이스 기우스티 PDVSA사장.

동분서주하며 외국합작사와 협상을 벌인 끝에 최근 수십억달러규모의 합작
계약 6건을 체결했다.

코노코를 비롯,모빌 아코 토털 엑슨 코스털사 등을 채굴 수송 정제사업에
동참토록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1백억달러규모의 추가합작계약을 추진중이다.

외국업체들은 유전개발사업의 지분을 35년간 보유한 다음 베네수엘라정부에
반납한다.

대신 이 기간중 세금을 감면받고 저렴한 광구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이다.

베네수엘라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을 가장 두려워하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끌면서 세계유가에 미쳐온 막강한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반대로 미국은 희색이 만면하다.

수입원유의 34%를 의존해 온 중동 및 아프리카와의 결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센터(CSIS)의 석유분석가 마이클 메이는 "베네수엘라는
골치아픈 이라크를 닮지도 않았고 회교원리주의 과격단체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부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