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의 주가는 너무 과대평가돼 있으니 유념하기 바랍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스티브 발머 부사장이
지난 25일 미국 월스트리트를 겨냥해 한 발언이다.

MS사의 주가가 실제가치 이상으로 높은 상태이니 투자자들은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자사주가 오르면 환호성을 지르는 관례에 비춰 볼때 의외의 반응이다.

여기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다.

MS는 앞으로 1년간 3천~3천5백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스톡옵션으로 임직원들에게 나눠줄 몫이다.

이 회사는 97회계연도기간중 31억달러를 들여 자사주 3천7백만주를 매입
했다.

그런데 요즘 주가가 크게 올라 인상분에 대한 추가부담이 커진 것이다.

주당 1백40달러선을 호가하는 현재의 주가를 감안하면 3천5백만주를 추가
매입하는데 45억달러가 필요한 셈이다.

MS의 또 다른 행복한 고민은 보유현금은 계속 불어나는데 마땅한 투자대상
을 찾지 못하는데 있다.

보유현금은 현재 단기투자자금을 포함해 90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GM 등 제조업체의 경우 자금순환상 이 정도의 금액보유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MS는 공장도 없고 직원 대부분이 화이트컬러 뿐이어서 단기간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넘쳐나는 현찰을 처분하기 위해 다른 소프트웨어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어렵다.

반독점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배당금으로 돌리자니 시장반응이 신통찮다.

MS처럼 성장률이 높은 회사는 배당금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월가가 MS의 사업다각화 방향에 주목하고 있는것도 이의 반영이다.

시장전문가들은 MS의 다음 타겟으로 핀란드의 휴대폰제조업체 노키아를
주시한다.

추정인수가는 2백60억달러선이나 투자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행복한" 고민에 쌓여 있는 MS가 조만간 또 한번 변신,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킬게 틀림없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