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가슴 아픈 날입니다"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25일 열린 맥도널더글러스(MD)의 마지막 주주총회
에서 존 F 맥도널 회장이 던진 일성이다.

이날 주총이 75.8%의 지지율로 보잉과의 합병을 승인하자 그는 "합병은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애써 강조하면서도 비통함을 감추진 못했다.

당초 MD는 새 회사명을 "보잉-맥도널"로 정할 것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대주주 보잉은 MD의 바람을 사정없이 묵살했다.

더글러스 회장은 오는 31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35년간 몸바친 가문의 사업.

지난 39년 부친 제임스 S 맥도널이 창립한 이래 군수항공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MD는 냉전이후 세계 군수산업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경영난
에 빠졌고 결국 보잉에 흡수되는 길을 택해야 했다.

그동안 양사의 결합을 끈질기게 반대하던 EU위원회도 이날 보잉.MD의
합병을 승인함으로써 합병을 위한 모든 공식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새 회사 "보잉"은 오는 8월4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세계 민항기 시장의 70%를 거머쥔 무적의 항공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보잉기"의 이륙과 동시에 한때 굴지의 항공회사로 군림하던
"맥도널더글러스"는 세계 항공업계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