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미국 따라하기''에 나섰다.

경제 모범생인 미국을 배우자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앞장서고 있다.

블레어 정부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난 93년 집권뒤 추진했던 것과
유사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금감면및 인플레억제, 재정적자 축소, 그리고 시장개방/자유무역추진
구상 등이 ''미국 벤치마킹''의 대표적 사례다.

블레어 정부는 취임 4일만에 금리결정권을 재무부에서 떼어내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으로 넘겼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염두해 둔 조치였다.

미국이 7년째 경기확대국면을 지속할 수 있는데는 FRB역할이 컸다는 점을
블레어총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과열내지 침체 우려가 있을때마다 FRB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큰 충력없이 경제를 안정성장 구도로 이끌어
왔다는 점이다.

지난 2일 97년 예산안 수정안 보고를 통해 법인세를 33%에서 31%로 끌어
내린 것도 "미국 배우기"의 일종이라고 볼수 있다.

법인세 31%는 경재국인 독일보다 20%가량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내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재정적자를 지속적으로 줄여 5년뒤에는 재정균형을 달성하고
35억파운드 규모의 고용촉진 정책을 마련, 실업자를 고용한 기업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것도 클린턴 경제정책과 닮은 꼴이다.

영국의 지난 5월중 실업율은 5.7%로 10%가 넘는 이웃독일 프랑스보다
낮지만 미국의 8%(5월)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시장개방을 통해 해외로부터 하이테크 정보통신 산업을 유치하려는 계획은
산업구조 자체를 아예 미국형으로 바꾸자는 전략이다.

미국의 경제신문 비즈니스위크지는 이와관련 "블레어총리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스프트웨어 멀티미디어 산업을 기반으로 영국을 "유럽판
실리콘밸리"로 만들어 후기산업사회의 경제강국으로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고 평가하고 있다.

저인플레 저실업률하에서는 안정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경제를 따라
배우려는 블레어정부의 이런 전략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영국경제의 최대 고민거리는 파운드화 가치의 폭등으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여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는 파운드가 마르크에 대해 7년만에 최고수준인 파운드당
3.0363마르크까지 치솟았다.

이는 영국경제의 밝은 전망과 영란은행의 금리인상결과에서 비롯됐다.

사실 영국경제는 소비수요 과열에 따른 인플레 조짐을 띠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거의 4%로 예상되고 6월중 인플레는 2.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란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이와관련, 최근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자문을 구한 적인 있다.

당시 루빈과 그린스펀은 브라운장관에게 "저금리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국에서 기업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노동당
정부가 인플레 억제에 너무 신경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금리를 무한정 올리다 보면 이는 파운드강세와 수출
감소를 초래해 결국 영국경제를 어럽게 할 것이라는게 "선배"들의 충고였다.

블레어 경제호는 출발부터 안정이냐 성장이냐라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