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메이커인 미국의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MD)의 합병
문제를 둘러싼 미.유럽간의 마찰이 계속 심화되면서 두 대륙간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EU가 예정대로 23일 "보잉과 MD의 합병에 반대
한다"는 최종 입장을 확정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EU가 합병 반대를 확정할 경우 보잉 MD간의 합병 기업에 대해 벌금 부과,
유럽내 거래중지, 항공기 압류 등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EU 집행위는 보잉과 MD간의 합병으로 초대형 항공기 메이커가 등장할 경우
보잉과 치열히 경쟁해온 유럽 4개국 합작업체인 에어버스가 중.대형 민항기
시장에서 급격히 발판을 상실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EU 집행위에 대해 미업체간의 합병을 승인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라"고 거듭 촉구했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EU가 자국 업계의 이해를 떠나 일반적인
경쟁논리에 근거해 현명하게 결정하길 기대한다"면서 "EU 집행위와 협의하는
자리에서도 이같은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과 MD간의 합병은 25일 양사의 주주총회 의결로 공식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EU가 미업체간의 합병에 반대할 경우
미국도 "선택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고 경고, 무역 전쟁에 돌입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이와 관련, EU가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프랑스간의 항공기 운항을 제한하는 방안을 미측이 검토중이며
미국의 6개 기관도 EU에 대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대EU 경제 보복의 대상으로 프랑스를 택한 것은 프랑스가
미국과 항공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유일한 주요 유럽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