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항공업계에서 "이단자"로 통한다.

고객 서비스가 "없다"고 할만큼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튜어디스를 비롯한 승무원들이 제멋대로의 평상복을 입고 근무하는가
하면, 탑승권도 볼품없는 구닥다리 종이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친절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탑승수속을 진행하는 직원들은 무뚝뚝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런데도 항공 여행객들은 갈수록 이 회사를 찾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경쟁회사들에 비해 "값싸고 빠른 여행"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속없이 고객을 "왕"처럼 모신다고 해서 손님이 몰리지는 않는다.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낮은 비용으로 목적지까지 되도록 빠르고
안전하게 여행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가 강조하고 있는 광고 카피의 한 대목이다.

이 카피는 제목부터가 공격적이다.

"우리는 불요불급한 경비를 꼭 필요한 곳으로 고객들에게 돌려드립니다(No
Frills)".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는 요즘 미국업계에 불고 있는 새 마케팅 전략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새 전략은 한마디로 "고객 감동(customer delight)".

한동안 미국은 물론 전세계 업계에 유행했던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뒷전으로 밀어내면서 마케팅의 새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경영학계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고객만족이란 한마디로 낡은 개념이다.

치열한 시장다툼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의 기본에 완벽하게
충실하든지, 아니면 고객의 오장육부를 쥐락펴락할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든지 의표를 찌르는 "감동"을 선물할 수 있어야 한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존스교수가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에 기고한 논문 중 한 대목이다.

<이학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