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제품과 외국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문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중국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이뤄진 외자도입이 새로운 경쟁상대를 도입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인민일보와 경제일보 광명일보 등 중국 관영언론들이 최근 며칠사이에
보도한 경제관련 기사는 격분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78년 이후의 개혁개방 경제가 "안방"을 외국기업에 내준 꼴이 되고
말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들 관영매체는 한결같이 과거를 반성하고 지구촌 3분의 1인 내수시장을
"틀어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관영언론들이 이처럼 자국 경제정책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데는 이유가 있다.

개혁 개방기간동안 외국자본 유입 등에 힘입어 상품부족을 어느정도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재고누적이라는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재 4백33개 주요 공산품중 고급담배를 제외한 대부분 공산품의 공급이
수요를 앞섰거나 균형을 유지(중국 국가통계국)하고 있다.

과거 공급이 부족할 땐 소비자만 어려움을 겪었으나 재고누적 상태에선
물건을 팔지 못한 기업과 소속 종업원(소비자)까지 고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언론들이 무분별한 외자도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또다른 이유는 대외
개방이 국내시장의 통합현상을 빚었고 결국 내수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자국 제품의 경쟁력이 아직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 자본유치와 함께 선진국
제품이 물밀듯이 들어왔다는게 중국 관영매체들의 시각이다.

경제일보는 "외국기업이 들어온 이후 중국내에서 국내기업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일부 중국기업들이 외국기업과의 브랜드 경쟁에
휘말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밖에 성장위주의 경제개발 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각급 지방정부가
외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나서는 바람에 중복과잉투자와 제품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쪽에선 연간 2천만t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생산시설이 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고부가가치의 강판과 강관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또 각급 지방정부가 외자유치를 통해 경쟁적으로 설립한 자동차 기계 석유
화학회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따지지 않고 우후죽순격으로 설립한데 따른 "수업료"인
셈이다.

자동차 공업은 무분별한 외자도입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재 중국내 1백여개 자동차 회사들의 연간 총생산 대수는 1백만대 정도.

이같은 생산대수는 미국의 자동차회사 GM의 20%수준이다.

중국당국은 개방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빚어진 이런 문제의 해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인 일부 산업의 외자도입정책을 개선하고 국영기업과 민간기업들에
경영 현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외국자본이 맥주산업에 신규 투자하는 것을 까다롭게 하고 외국기업의
고속버스 운행사업 참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 그예다.

또 내부적으로는 선진국 기업처럼 판매할 때 "머리를 숙이고 소비자가
유혹에 못이겨 살 정도의 제품을 만들 것"을 강조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자유치를 소홀히 할 경우 경제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린다는 것.

여기에 중국당국의 고민이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