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해결사도 시든 사과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애플 컴퓨터사는 9일 길버트 아멜리오 회장겸 CEO(53)가 이날부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애플을 되살릴 비장의 카드로 전격 영입된지 1년 반만의
일이다.

아멜리오 회장은 91년 파산직전에 놓인 반도체 업체 내셔널 세미컨덕터를
기사회생시키며 단숨에 재계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

그의 화려한 전력은 심각한 경영위기로 벼랑끝까지 몰린 애플에겐 한줄기
희망이었다.

사실 아멜리오 회장의 지휘아래 애플은 잠시 소생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다.

그의 처방대로 종업원 30%를 줄이고 생산라인을 대폭 축소하면서 작년
여름 영업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98년부터 본격 성장할 것이라던 그의 장담과는 달리 올 상반기
순익은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8%에 턱걸이를 해온 시장점유율은 올들어 5.2%로 떨어졌다.

약발은 짧았고 결국 애플은 더 용한 해결사를 찾아 나섰다.

''구사 예술가''란 명성에 흠집을 남긴채 떠나는 아멜리오.

애플의 마지막 카드라던 그의 퇴장은 애플의 미래에 한층 짙은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