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6년전만 해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듯했던 미국경제, 미국
자본주의(AmeriCapitalism)가 새로운 황금기를 맞아 "뉴 밀레니엄
(2000년대)"을 열어가고 있다.

아메리캐피털리즘은 특히 유럽의 "복지형 자본주의"나 일본의 "관료형
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보편적 자본주의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경제는 정말 자본주의의 르네상스를 열어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서 나오고 있나.

한경자동차신문 류화선국장은 최근 미 국무부 초청으로 한달간 미국경제의
"메가 트렌드" 현장을 돌아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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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턴 다운타운의 파크 애비뉴와 렉싱턴 애비뉴.

IBM 씨티은행 등 초우량 다국적기업들의 본사가 밀집해 있는 이 지역에
들어서면 "월드 캐피털(World Caprtal)"이라는 깃발들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뉴요커들의 "경제 중심주의"적 자부심을 엿볼수 있다.

이젠 우리가 최고 이같은 자부심은 우선 매스컴들의 돌변한 태도에서
두드러진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일본등 서방 경쟁국들을 "따라 배우자"고 외치기에
바빴던 신문 방송들이 최근 들어선 "일본은 없다.

유럽도 없다.

우리가 보고 배울 만한 외국은 더 이상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논객 폴 피고트가 얼마 전 쓴 칼럼 "대 일본 논쟁은
끝났다"는 이같은 미국내 사조를 잘 대변해 준다.

"구 소련과의 체제경쟁, 서구와의 국부다툼에서 승리한 미국은 일본과의
자본주의 내 경쟁에서 마저 완승을 거뒀다.

특히 일본의 자본주의 실패는 "경제를 시장기능에 맡기기보다 엘리트
관리들에게 의존하는 편이 낫다"고 믿어온 사람들에게 크나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물론 "일본의 몰락"을 성급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

미시건주의 이코노미스트 게리 색슨하우스 같은 사람도 "일본은 앞으로
5년내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미국을 또 추격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말에도 한가지 "단서"가 따라 붙는다.

"일본이 경제의 틀을 보다 미국식에 가깝게끔 뜯어 고친다면" 정부개입의
최대한 축소와 시장 메커니즘에 철저한 미국 자본주의를 배우라는 충고다.

사실 아메리캐피털리즘 경제는 지금 어느 구석 하나 나무랄데가 없다.

고성장 저물가 저시업 고주가 고달러등등..

각종 지표가 기막힌 콤비네이션을 이루며, 그것도 7년째 호황을 구가중
이다.

이것만으로 "미국의 번영"을 말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외적인 부문에서도 건강을 되찾고 있다.

빈민층이 급감하고 폭력사고, 성범죄, 이혼율 등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대도시 겉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뉴욕의 할렘을 잠깐 들여다보거나 지하철을 한번만 타본 사람이라면
4,5년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도시전체가 깨끗해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공룡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거리으 비만증 환자(뚱보)들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경제가 잘 나가다보니 별로 생각지 않았던 분야에까지 온통 반가운
소식 뿐이다"(이사벨 소힐 어반연구소 연구원).

무엇이 미국을 이렇게 바꿔 놓고 있는가.

"지난 10여년간 일본기업에 이리 채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리처드 킹
UCLA교수)

경쟁이 최대무기 기업에만 경쟁력의 잣대를 들이댄게 아니다.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쟁력이 없는 자"는 수입이 적은 쪽으로 밀려나야 했다.

말하자면 직장은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기간동안 분규로 날을 색 임금만 수직 상승시키기에 바빴던 한국의
기업이 요즘 비틀거리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경제엔 역시 공짜가 없는가
보다.

대망의 21세기를 눈앞에 둔 1997년 여름.미국은 "황금의 60년대(the
golden sixties)" 이후 제2의 "경제황금기"를 맞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들의 주무기인 아메리캐피털리즘으로 세계를 덮어가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정쟁으로 소란한 오늘의 한국인들은 "미국의 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을까.

안이 너무 시끄러우면 바깥의 소리를 못든는 법인데..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