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심가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CBD)에 자리잡은 한국총영사관.

얼마전 이곳에선 홍콩에 주재하는 한국기업 및 금융기관대표,
홍콩무역관장, 교포실업인 등 30여명이 모임을 가졌다.

모임의 명칭은 "97 협의회".

그 이름으로도 짐작되듯이 홍콩의 주권반환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서 내려진 결론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씩이라는 것.

즉 홍콩의 주권반환 이후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가 더 활성화될 가능성과
위축될 가능성이 병존한다는 것이다.

이중 활성화의 가능성을 비춰주는 요인은 주권반환이후 예상되는 3~5년간의
"반환특수".

"홍콩의 최근 경기는 10년래 최악의 상황이었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성장률이 4%대에 머물렀고 실업률도 3%선까지 높아졌다.

홍콩 경제계에서는 반환특수가 이같은 침체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삼성물산 홍콩법인 김병후이사)

이처럼 홍콩경제계가 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정부가 주권반환 이후
세계의 이목을 의식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다시말해 중국정부는 주권반환이후 홍콩의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을 경우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주롱지(주용기) 중국부총리는 "홍콩경기가 나빠지면
즉시 1백억달러를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했고 이 발언은 홍콩증시와
부동산가격의 폭등에 기폭제가 됐다.

그러면 반환특수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먼저 종합상사들의 경우를 보면 특수가 주로 건설분야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보고 건자재 철강 등의 판매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복합비즈니스및 금융기능
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은 주권반환 이후에도 홍콩이 지닌 자유무역항및 금융센터로서의
기능은 더욱 강화되고 제조및 노동집약 서비스 등의 기능은 주강삼각경제구
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홍콩의 금융기능과 중국의 유통및 제조기능을 연결하는 복합비즈니스
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도 향후 복합거래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의 영업에서 홍콩이
더없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홍콩법인의 금융기능을 계속 강화한다는 방침
이다.

(주)대우 홍콩법인의 이학인 이사도 "중국 본토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거래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홍콩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는 금융부문을 더욱 강화시키고 화교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꾀해 기술및 시장정보 협력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업체들의 경우 현재 동아건설 쌍용건설 포스코개발 등 3개사가 홍콩에
주재원을 상주시켜 수주활동을 펴고 있다.

이중 동아건설은 홍콩의 반환특수에 대비해 중국 홍콩 대만및 동남아 각국
에서 인정되는 HKQAA ISO9001을 취득하고 홍콩현지에 합작법인도 설립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수주전략을 추진중이다.

동아건설은 또 포스코개발과 공동으로 화력발전소 플랜트 설비수주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삼성 대우 현대건설은 각각 해당그룹 종합상사에서 플랜트분야를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한편 홍콩주재 국내금융기관들은 거래선이 대부분 한국기업이어서 주권
반환이 영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들은 중국기업의 기채증가로 한국금융기관의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을 내다보고 중화권및 동남아권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