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일본총리의 한마디에 미국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3일 하시모토 총리는 "미국이 환율안정에 협력하지 않으면 일본은 미국
채권 등 자산을 대량으로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식시장에 이 발언이 전해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1백92.25포인트(2.47%)나 빠졌다.

이는 지난 87년 10월19일(블랙 먼데이)의 5백8포인트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다.

다우지수는 미국경제의 안정성장기조에 힘입어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금요일에는 한때 7,800을 돌파하기도 했었다.

하시모토 총리는 덴버 8개국 정상회담후 컴럼비아대학에서 가진 기자회견
에서 "환율안정이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핵심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인위적인 엔강세.달러약세
정책을 쓰려는 미국측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이어 일본은 미국에 대해 환율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일본은 미국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국채를 보유할 매력이
사라지게 된다.

미 국채의 10~2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기관투자가가 주식 및 채권 등
자산매각에 나설 경우 미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

하시모토 총리의 발언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4일 도쿄시장에서 달러값은 전날보다 달러당 1엔가량 내린 1백14.30엔에
거래됐다.

일본이 실제로 미국자산 매각에 나설경우 달러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밖의 상황이 벌어지자 일본정부는 전날의 발언이 ''오해''라면서
미국과 환율안정에 공동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 하시모토 총리의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