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은 앞으로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친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만
할 것 같다.

기업측이 불결한 근로자를 금새 가려내 추방할 수 있게 된 탓이다.

이 역할담당자는 사람이 아닌 "하이진가드"라고 명명된 적외선감지
"위생보호시스템".

미국 네트테크인터내셔널사(뉴저지주 레드뱅크소재)는 이 시스템개발로
연일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글렌 코언사장은 "용변후 손을 씻지 않는 행위는 단순히 사소한
개인비밀이 아니라 공공의 건강에 커다란 위협요인"이라고 개발동기를
밝힌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매년 4천만명의 미국인이 악수를 통해 간염 등
전염성질병에 감염되고 이중 8만명이 사망한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인의 질병사망순위 3위에 랭크될 정도다.

이에 따라 "하이진가드"시스템은 네트테크사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동부와 남부지역의 호텔과 병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올 여름엔 10여개의 일반기업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화장실에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전자장치가 탑재된 표지를
옷깃에 달도록 해 해당자가 용무를 마치고 세면대에서 세수를 했는가를
추적하도록 고안됐다.

관련기록은 기기내에 그대로 저장된다.

때문에 경영진은 언제든지 이 기록을 회수해 검토할 수 있다.

동료들도 먼저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이 손을 씻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세면대를 거치지 않을 경우 전자표지가 계속 깜박거리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설치비용은 화장실 2개당 약 3천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결코 비싼가격이 아니라는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네트테크사는 기업뿐 아니라 레스토랑 병원 군대 학교 유치원 등에서도
이 장치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국은 질병예방을 위해 개인의 위생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방역센터(CDC)는 손 안씻는 행위를 "건강을 해치는 공적"으로
규정하고 용변후 손씻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미생물학회(ASM)의 회원들이 뉴욕의 한 기차역 화장실에서
시민들의 행동을 몰래 살펴본 결과 이용자의 60%만 용변을 본 후 손을
씻었다는 것.

이 시스템의 문제점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미근로자권리보호협회(NERI)는 "빅브러더"가 화장실에서 까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공보건을 위해 개인의 흡연권이 제어당한 사례에서 보듯이
이 주장은 힘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