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꾼이 일본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증권업계의 대명사로 통해온 노무라증권이 총회꾼에게 이익을 제공해
쑥대밭이 됐다.

사카마키 히데오 전사장을 비롯 전상무등 4명이 구속됐다.

사장 부사장 전무 전원이 옷을 벗었다.

다이이치간교(제일권업)은행도 총회꾼들로 인해 임원 21명이 물러났다.

전부행장 등 8명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총회꾼이란 어떤 조직인가.

경제대국 일본의 대기업들이 총회꾼과의 "검은 유착" 관계를 왜 청산하지
못하는가.

일본 재계를 강타하고 있는 총회꾼 문제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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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시내 중심가의 호화빌딩에 들어선 한 대형은행 본점.

차분한 색깔의 신사복에 넥타이를 메고 안경까지 걸친 샐러리맨풍의
젊은이가 총무부에 들렀다.

그는 곧장 응접실로 안내됐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이곳에 얼굴을 내비쳤었다.

총무부가 총회꾼인 자신을 비롯 우익단체 정보지발행자등과의 교섭창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타은행정보 정치 경제 사건등에 대해
얘기한 다음 "고문료"를 챙겼다.

그런 다음 돌연 총무부담당자를 찾아가 융자신청을 했다.

"1천만엔을 빌릴수 없을까요".

총회꾼의 융자신청을 담당자가그 자리에서 승락했다.

담보심사등을 거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기업을 들락날락하면서 이권을 챙기고 있는 총회꾼은 줄잡아
1천명선에 이르는것으로 경찰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조직을 갖고 눈에띄게 활동하고 있는 총회꾼은 1백여명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회꾼은 82년 이전까지만 해도 6천8백여명이나 됐었다.

이들중 2천명정도는 폭력단이었다.

이들의 역할은 전후우익 등과 손을 잡으려는 많은 기업들로 부터 돈을 받아
이를 폭력단에 상납하는 것이었다.

총회꾼은 이익제공을 금지시킨 지난 82년의 상법개정으로 일단 타격을
받았다.

일반기업의 경우 총회꾼들과의 관계가 많이 청산됐다.

그러나 경영권분쟁실적부진등 문제가 있는 기업에는 총회꾼들이 끼어들었다.

다카시마야 아지노모토 기린맥주등의 총회꾼 관련 사고가 바로 그러한
예들이다.

은행 증권의 경우에도 업무의 성격상 총회꾼들과의 유착관계가 유지돼 왔다.

증권회사의 경우 기업상장시 경영자에게 총회꾼을 소개하는 것이 관례로
통해 왔다.

은행도 폭력조직과의 갈등해소, 점포개설 주변지역 조정등을 위해 총회꾼들
을 챙겨 왔다.

이 과정에서 일본최대의 총회꾼 파문이 터져 나오고 만 것이다.

고이케 류이치(54) 총회꾼그룹대표는 노무라와 다이이치칸교를 풍지박산
으로 만든 거물급.

그는 다이이치칸교의 수뇌부들과 막역한 관계인 기지마 리키야씨(93년
사망)의 소개로 다이치칸교와 쉽게 거래를 텄다.

기지마씨(현대평론사 사장)는 다이이치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의 합병계획을
백지화시킬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휘둘렀던 총회꾼의 대부.

고이케 대표는 싱가포르지점에서 59년 주식을 구입했다.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준 것을 계기로 60년에는 록본기에 구좌를
개설, 거액의 융자를 받게 된다.

이 자금을 "군자금"으로 노무라주식을 대량 취득했다.

주주총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회사수뇌부들과의 연결고리를 계속
강화해 왔다.

이를 활용, 융자심사도 거치지 않는 "우라(이)" 융자로 무려 5백억엔을
빼낸 것이다.

그는 주주총회의 원활한 의사진행을 이유로 94년7월부터 96년6월에 걸쳐
다이이치계열 다이와신용을 통해 1백17억8천2백만엔을 융자받은 것이다.

총회꾼과 경영진과의 검은 유착관계가 결국 회사를 파탄지경을 몰고 가고
만 것이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