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은 몇개국인가?

-15개국.

이중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는?

-독일 룩셈부르크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경제가 가장 어려운 나라는?

-그리스"

지금까지 EU국가를 일반적으로 나누던 구분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구분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EU의 "문제아"인 그리스가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EU국가들의 경제성적표를 보면 그리스는 단연 꼴찌다.

물가상승률이 96년 7.9%로 가장 높고 GDP대비 재정적자비율도 마이너스
7.9%로 가장 나쁘다.

장기금리수준도 연 14.8%로 가장 높다.

그만큼 기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사회당의 코스타스 시미티스수상이 집권이후 상황은
매우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유치 등 경기침체에 벗어나기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EU기금의 지원을 받아 도로와 공항같은 사회간접자본투자가 한창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업들에게 문턱을 낮춘 투자청을
신설했다.

경제가 좋아지는 신호들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하야트인터내셔날이나 버진같은 대형 관광 오락업체 등이 투자를
시작했다.

올해 경제성장은 유럽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와 재정적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아테네 증권거래소의 평균 주가지수는 올들어 이미 65% 올랐다.

이정도면 세계에서 2번째로 뜨겁게 달아 오르는 시장이다.

은행업 조선산업에서부터 스포츠의류까지 생산하는 그리스 최대 그룹중
하나인 테오카라키스그룹의 바진 N.테오카라키스사장(66)은 "우리는
마침내 경제에 관심을 갖는 정부를 갖게 됐다"며 "아직 문제는 많지만
정부정책이 국내외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등 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는 지난 81년 EU에 가입했을때 유럽에서 가장 싼 임금덕에 많은
기업들을 유치할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를 거의 집권한 사회당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총리는
노조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이고 재계의 요청을 묵살했다.

조선 등 주요 산업을 국유화됐다.

과도한 임금인상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물가상승을 촉발시켰다.

89년 보수당정부가 들어섰지만 상황은 나지지 않았다.

93년부터는 외국기업들이 그리스공장을 임금이 싼 터키나 동유럽국가들로
옮기기 시작했다.

레비스트라우스사는 그리스에서 만들어 팔던 리바이스 청바지를 생산지를
임금이 10분의 1정도로 싼 폴란드로 옮겼다.

굿이어사도 공장을 터키나 폴란드로 옮기기위해 살로니카의 공장문을
닫고 3백5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시미티스수상은 집권후 재계를 화끈하게 지원했다.

재계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지고 경제도 좋아지고 있다.

시미티스의 핵심 브레인이며 재무장관인 야노스 파판토니우는 "93년
12%이던 인플레가 올해 5%밑으로 떨어지고 성장률도 1%에서 3.5%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한다.

문제는 고용.

물가안정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93년 6%에서 올해 11%선으로 올라갔다.

경제성장이 제조업을 등한시한채 서비스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유일의 자동차생산공장인 테오카라키스-닛산 합작기업이 95년
문을 닫았을 정도다.

테오카라키스그룹은 최근 하얏트호텔과 카지노사업의 파트너가 되는 등
서비스업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결국 제조업부흥만이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지름길인 셈이다.

자슨 스트라토스 그리스 전경련회장은 "그리스가 호텔로만 성장 할수는
없다"며 "제조업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금감면 등을 통해 외국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임금도 물가와 연동해
결정하는 등 제도변화와 공기업민영화 등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제조업부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양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는
현대의 문명국대열에서 낙오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