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여류작가 위다가 1872년에 발표한 "플란더스의 개"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항구도시인 앤트워프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이 작품에 주인공 넬로와 늙은 개 파트라셰는 대성당에서 꼭 껴안은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이 들어있다.

위대한 화가가 꿈이었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앤트워프 대성당
안에 있는 루벤스의 수작 "그리스도의 십자가 강하"를 보기위해 찾아와
죽음을 맞았다.

앤트워프는 이처럼 세계적인 예술품이 많기로 유명한 도시다.

유럽인들이 신천지로 찾아 나섰던 이른바 대항해 시절인 16세기에 유럽의
관문역할을 맡은 항구도시였던 관계로 값진 문화재가 즐비하다.

루벤스를 중심으로한 플랑드르파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본거지이기도 했다.

앤트워프항구는 20세기말인 지금까지도 유럽교역의 관문이라는 옛날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다.

유럽에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다음으로 큰 항구로 도시자체가 거대한
물류센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세계적인 종합화학기업들이 앤트워프공단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곳이 원료조달과 제품발송에 아주 편리한 물류중심지이기 때문
이다.

앤트워프는 연간 화물처리 물량이 지난 90년에 1억t을 돌파해 현재는
1억1천만t까지 올라가 있는 세계적인 항만설비를 자랑하고 있다.

창고는 면적으로 따져 4백20만평방m나 확보해 유럽 항구중에선 최대규모로
기록돼 있다.

항만내 화물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보안회사들에 화물안전을 맡겨 서로
경쟁시키는 등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항만운영이 특징이다.

이와함께 지난 90년 본격적으로 항구환경규제를 적용하면서 "환경을 생각
하는 항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다른 항만당국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앤트워프는 국제적인 다이아몬드 거래지역이라는 또 하나의 명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 다이아몬드 원광의 80%가 이 항구도시에서 거래된다.

또 가공한 다이아몬드에서는 세계 거래량의 절반정도가 앤트워프에서 매매
된다.

이런 대규모 거래를 보장하는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4개소나 있고 가공공장
도 4백개나 밀집해 있는 다이아몬드 도시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앤트워프는 공업단지, 국제적인 항만, 다이아몬드 거래중심지라는 "3개의
얼굴"을 가진 덕분에 벨기에안에서 생산력이 아주 뛰어난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벨기에내 가구당 연평균소득이 2백만벨기에프랑인데 반해 앤트워프 시민의
평균소득은 3백70만벨기에프랑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앤트워프 소득이 벨기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를
나타내고 있다.

이래서 앤트워프가 벨기에 경제의 "효자"로 불리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