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모여 있는 라 데팡스 지구.

이 곳에서 센강과 조화를 이루며 경관을 더해주는 강변 빌딩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약.화학 대기업그룹인 롱프랑의 본사 건물이다.

이 인텔리전트 빌딩에서 지난10여년동안 롱프랑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경영혁명"이 일어났다.

혁명의 기수는 지난86년 회장겸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장 르네
푸르투(58).

장 르네 푸르투 회장이 취임했던 그 당시 롱프랑은 침몰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사회주의 정부가 밀어붙였던 기업 국영화정책의 폐해가 롱프랑을 초주검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결과였다.

결국 민영화로 되돌아가는 회생방안이 제시됐고 86년에 주식분산이
마무리됐으며 이때 라 데팡스의 롱프랑본사로 들어온 주인공이 푸르투
회장이었다.

푸르투 회장은 프랑스 이공계학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공부했다.

졸업후 프랑스내 최대 경영컨설팅회사인 보사드&미셀에 입사해 컨설턴트를
천직으로 삼아 이 회사의 회장자리까지 올라갔다.

푸르투 회장에겐 롱프랑 CEO직이 경영을 조언하는 컨설턴트로서가 아니라
난생처음 대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인 자격으로 맡은 진짜 경영자의 자리인
셈이다.

컨설턴트출신 회장의 "경영 실습"은 프랑스 경제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관료주의에 물든 롱프랑을 활기찬 민영기업으로 되돌려 놓기위해 푸르투
회장이 내린 처방은 크게 두가지.

하나가 경영의 글로벌화이며 또 하나가 수익성을 높이는 사업구조조정이다.

글로벌화를 위해 부채를 겁내지 않고 외국기업인수에 뛰어들었다.

회장 취임 첫해인 86년에만해도 롱프랑은 인도 보팔재해 사건으로 유명한
미국 유니온 카바이드의 농약사업부를 5억7천5백만달러에 사들였다.

미국의 로라제약사도 인수해 롱프랑로라로 재출범시켰다.

한국에서 한불화학의 출자지분을 합작파트너인 동양화학그룹에서 전량
인수한 것도 푸르투 회장의 인수목록에 들어있다.

푸르투 회장 취임이후 지금까지 10년동안 롱프랑이 프랑스 안팎에서
인수한 기업및 지분의 가치를 더하면 모두 1백23억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M&A로 지역별 매출구성비가 완전히 달라졌다.

북미지역 매출구성비가 회장취임 초기의 3%에서 현재는 24%로 높아졌다.

구성비가 미미했던 아시아지역 구성비도 현재 10%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히 프랑스및 유럽의 매출구성비는 대폭 축소됐다.

앞으로 중점 공략할 지역에 대해 푸르투 회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한국
일본 중국등을 중심으로한 아시아 지역"이라고 대답한다.

이 지역 매출구성비를 현재의 10%에서 3~4년안에 15%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는 것.

한편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부나 자회사를 매몰차게 정리했다.

사업구조조정이라는 명제아래 취임후 10년사이에 모두 71억달러어치의
자회사와 사업부및 지분을 팔았다.

이 결과 부가가치가 높은 생명공학의 매출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에서 60%로 확대됐다.

자연히 화섬및 화학분야 매출비중은 축소됐다.

푸르투 회장은 아시아지역에 롱프랑의 2000년대 경영이 달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25일 한국을 방문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펼칠 그의 글로벌경영과 사업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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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39년 프랑스 기롱드 출생
<> 60년 에콜 폴리테크닉 졸업
<> 63년 경영컨설팅사인 ''보사드&미셀'' 입사
<> 77년 ''보사드&미셀'' 회장 취임
<> 86년 롱프랑그룹 회장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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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