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사에 취직하고 싶다"

미국 유수 경영대학원생들의 목소리다.

미 경제를 이끌어가는 산업계의 엘리트 배출창구인 경영대학원생들 사이에
벤처캐피털사(Venture Capital)가 미래 직장으로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 넷스케이프"로 키우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루이스 체스타씨(29).

그는 벤처캐피털에 매료돼 있다.

"21세기 금융의 주역은 은행이나 증권이 아니라 벤처캐피털"이라고 단언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하에서는 출자한 기업의 일부만 성공하면 나머지는 실패
해도 관계없는 벤처캐피털식 금융업이 가장 전망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과거실적을 보고 리스크가 낮은 기업에만 융자해 주는 은행은
정보통신혁명을 리드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기본급은 연 8만달러정도지만 실적에 따른 보너스가 더욱 푸짐하다.

10년근무후 보너스를 포함해 1백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다.

출자기업에 자신도 함께 투자해 상장후 주가상승으로 엄청난 차익을 노릴수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취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생중 벤처캐피털사에 입사한
사람은 42명.

2년전보다 2배이상 늘었다.

그러나 취업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한 회사당 1~2명 채용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경영대학원.

이 대학원 취업부는 "10년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벤처캐피털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작년에는 10여명이 벤처캐피털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벤처캐피털을 다루는 강좌도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조슈아 라나교수는 "4년전 처음으로 벤츠캐피털 강의를
했을때 수강생이 45명이었으나 지금은 1백90명으로 늘어나 수업이 곤란할
정도다"라고 말한다.

스탠퍼드대에서는 벤처캐피털사의 현직간부가 벤처기업 지원방법등을
설명해 주는 강의가 개설돼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벤처캐피털사가 경영대학원 졸업생을 곧바로 채용하기는 전에 없던
일이다.

20~30명의 소수정예로 구성된 벤처캐피털사는 스스로 벤처기업을 설립
하거나 벤처기업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주로 채용했다.

그러나 지난 2~3년 사이 인터넷등 정보통신붐이 불면서 상황이 변했다.

벤처기업 설립이 러시를 이루자 벤처캐피털사의 업무가 자연히 늘어나고
은행등이 잇따라 벤츠캐피털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사에 대한 경영대학원생들의 인기가 단지 일과성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80년대 학생들은 골드먼삭스등 투자은행으로 몰렸고 87년 블랙먼데이(주가
대폭락)이후 컨설팅 쪽으로 또 다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쨌든 미국의 젊은 엘리트들이 안정된 대기업보다는 밴처캐피털사에
들어가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을 펼친다는 것은 미국의 활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임에 분명하다.

[ 벤처 캐피털사란 ]

벤처캐피털사는 위험성은 높으나 성공하면 큰 수익이 기대되는 신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투자회사.

한국의 경우 창업투자금융사나 정부의 신기술사업 금융회사로 지정된
한국종합기술금융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벤처기업에 일정한 지분을 투자, 상장후 주가상승으로 인한 수십배
의 투자수익을 거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겐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