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호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중이고 실업률은 24년만의 최저.

사실상 완전고용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의 호황국면이다.

인플레우려마저 쑥 들어갔다.

지난 91년 3월부터 시작되어 74개월간 지속되는 호황의 걸림돌은 아직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 자만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들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좋은 것은 사실이나 결코 최상은 아니며 또 조만간 꺽일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낙관적인 전망은 통계를 쥐고 있는 정부와 중앙은행쪽에서 나온다.

클린턴대통령은 경제 얘기만 나오면 "전후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며
"성장은 앞으로 한창 지속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경제가 어려울때마다 선문답식 암시를 보내는 그린스펀 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요즘은 장기간 침묵중이다.

이런 분위기를 구체화시켜 주는게 "베이지 북(Beige Book)".

FRB가 금리조정을 위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기 전에 발행하는
보고서다.

그런만큼 경제의 움직임을 한눈에 읽게 해준다.

정부와 중앙은행 경제정책의 토대가 되는 탓에 미국경제인들 사이에 가장
영향력있는 책으로 꼽힌다.

오는 20일 열리는 FOMC를 앞두고 최근 발간된 베이지북은 요즘의 미국
경제를 "상대적으로 안정된 물가를 바탕으로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최상의 상태란 분석이다.

일부 임금상승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빼고는 온통 장미빛이다.

인플레만 잘 조절하면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비관적인 전망은 학계와 금융계에서 나온다.

근거는 두가지 흐름에서 제시된다.

우선 절대적인 수준의 문제.

한때 클린턴의 경제참모였고 지금은 UC버클리의 객원연구원인 브래드포드
드롱은 "생산성 증가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형편없는 수준이며 소득분배는
예전보다도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생산성증가속도가 과거보다 둔화되고 있고 임금구조의 왜곡도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호황기였던 지난 73년과 비교해 최근 경제호황의 과실은 상류
계층으로만 돌아가고 있음을 알수 있다.

최저생활에 못미치는 미국인들이 전체의 11.1%에서 13.8%로 늘었다.

고졸 출신의 시간당 임금도 12.17달러에서 10.46달러로 줄어들었다.

백인들의 소득을 100으로 할때 아시아-아프리카계의 소득은 80.2%(79년)에서
76.5%선으로 떨어졌다.

단기적으로도 성장은 조만간 꺽일 것이란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2.4분기 고용전망자료들은 "1.4분기의 놀랄만한 성장은
2.4분기부터 둔화될 것"임을 예고해 준다.

4월중 임시직 근로자들의 고용이 0.8% 줄었고 주간 노동시간도 34.6시간으로
3월(34.9시간)보다 감소했다.

시간당임금도 3월에는 0.4% 올랐으나 4월에는 오히려 0.1% 떨어졌다.

10년만에 가장 높았던 1.4분기의 경제성장(5.6%)도 날씨 덕을 많이 보았다
는 분석도 나온다.

날씨가 이례적으로 따뜻해 2.4분기에 팔릴 자동차가 1.4분기에 팔렸고
이에 힘입어 도소매업도 호황을 보였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들은 "결국 지금의 문제는 성장이 어느 선까지
떨어질 것인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2.4분기의 성장은 기껏해야 3-3.5%선에 그칠 것이라는데 별 이론을
달지 않는다.

추가성장보다는 연착륙에 더 신경을 써야 할때 아니냐는 주장이다.

미국 경제의 지표들을 이제부터 진짜 유심히 봐야할 때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