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비만큼 저렴한 항공기티켓을 유럽시민들에게".

유럽연합(EU)이 1일부터 역내항공시장을 전면 자유화하기로 함에 따라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EU는 지난 88년이후 역내항공시장에 대한 단계적인 규제완화를 진행시켜
왔다.

93년에는 유럽의 모든 항공사들이 역내국간의 두개 도시를 잇는 전 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일부터 시행되는 전면 자유화는 그 "완결편"이다.

유럽을 완전한 단일시장으로 파악, 역내 특정국의 국내노선까지도 자유로운
참여를 허용한 것이 핵심내용이다.

예를들어 에어프랑스가 "런던-글래스고"간의 영국 국내노선에 취항할 수
있으며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도 프랑스 국내노선인 "마르세유-보르도"간을
운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역외항공사도 EU 회원국 주주가 50%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역내
항공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나아가 항공사들은 전노선의 항공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있게 됐다.

이같은 규제완화의 효과는 회사와 고객들에게 극명하게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유럽시민, 특히 업무상 유럽내를 날아다녀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파격적인 항공권의 가격인하란 둘도 없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국내노선등에서 어느정도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아온 국영항공사들
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강요하는 비소식이다.

유럽항공사들간에는 약육강식의 시장논리에 따른 매수합병(M&A)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의 이지제트는 유럽항공시장의 규제완화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항공사중의 하나.

95년 첫취항에 나선 이래 3만원대의 국제항공권을 선보이는 등 이미 영국
항공시장에서는 선풍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영국항공(BA)이 3백58달러에 공급하는 "런던-바르셀로나"간을 이지제트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1백65달러에 날아가게 해준다.

작년 4월 설립된 영국의 버진익스프레스항공도 런던 로마등 유럽 8개도시에
정기편을 운항중이며 특히 "브뤼셀-로마" 노선에서는 알리탈리아 요금의
8분의 1 가격을 앞세워 "블랙홀" 처럼 승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대대적인 저가공세는 국영항공사들의 체질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업계에서 영업맨으로 인정받은 인물을 최고경영자를
끌어들이며 대응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스위스에어는 제프리 카츠를 영입했다.

아메리카에어라인에서 미국서부지역으로 가는 여객기의 영업담당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루프트한자도 전면자유화에 발맞춰 레이드란 새로운 인물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시켰다.

동시에 그에게 여객사업부문만을 따로 분리,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레이드는 향후 3년이내에 사업비용의 15%를 절감한다는 목표에 따라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그는 과거 미국 팬암항공에서 9년동안 미국항공분야의 규제완화에 따른
조직개편을 담당했던 "과도기의 베테랑"이다.

국영항공사들은 수뇌부교체와 동시에 중소항공사를 인수, 자회사를 통한
맞불작전도 펴고 있다.

특히 BA는 이미 에어 리베르테를 손아귀에 집어넣은 상태이며 독일에도
자회사(도이치BA)를 두고 있어 사실상 유럽전역을 원하는데로 연결시킬
수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BA는 앞으로 독일자회사인 도이치BA를 통해 독일.프랑스지역을 커버하도록
시켜 루프트한자보다 15%정도 낮은 가격에 독일인근노선을 공략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경쟁에 익숙하지 않았던 에어프랑스와 알리탈리아등은 최근 유럽항공
시장의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국영항공사들이다.

이들 항공사의 정부들은 일단 계속해서 보조금을 주면서 서둘러 체질개선
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EU의 감시와 다른 항공사들의 이의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