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지역에는 가동이 중단된 한 정유공장이 있다.

외국투자자들은 지금 이 공장을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중유를 공급하는 동시에 여기서 생산되는
경유제품을 제3국에 수출할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유엔관리들은 "지난 여름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가 나진-선봉지역의
각종 시설 개량사업을 제안한 이후 아시아 미국 서유럽기업들이 특히 이
공장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뛰는 기업은 미국 보스톤소재 전력개발업체인 스탠톤그룹.

이 회사는 미국재무부로부터 "평양과의 직접거래"를 승인받은 상태다.

스테판 브라운사장은 "정유공장 공동운영을 위해 지난 몇년간 북한 기업과
합작제휴를 맺어 왔다"며 "매우 흥미있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스탠톤그룹이 염두에 두는 것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활용.

KEDO는 지난 95년 북한의 핵활동봉쇄를 위해 설립된 기구로 2기의 경수로가
가동될때까지 매년 50만톤의 중유를 제공키로 되어 있다.

50억달러로 추정되는 경수로 건설은 한국이 맡지만 연간 5천만달러상당의
중유공급은 대부분 미국이 책임진다.

이 공장에서 중유를 생산, KEDO에 납품한다는 스탠톤그룹의 계산이다.

브라운 사장은 "이 공장에서 중유를 살 경우 국제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이 싼 만큼 KEDO 입장에서도 손해지 않는다"며 "이 공장에서 가솔린
디젤연료등 경유제품을 생산, 제3국에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공장을 노리는 곳은 스탤톤만이 아니다.

유엔관리들은 "지난 9월 UNIDO가 나진시에서 3일간의 투자유치포럼을 가진
이후 2개의 아시아 기업과 1개의 서유럽 기업이 정유공장개량사업에 관한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UNIDO측은 외국인투자효과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나진 정유공장의 처리능력이 공장폐쇄전에는 연간 2백만톤에 불과했으나
개량사업이 이뤄지면 연간 1천만톤(하루 18만배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메리아티 스브로토 UNIDO 산업담당(비엔나)은 "외국투자자와 북한관리를
공식협상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UNIDO의 노력이 성공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나진-선봉의 성공여부는 궁극적으로 이 정유공장의 미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핑크빛 전망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다.

한 북한문제전문가는 "그 공장은 이미 노후해져 있고 기계는 녹슬었다.
수리비용과 청소비용만 계산해도 함부로 덤비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한다.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데 최소한 5억달러가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해 KEDO에 공급하는 중유의 가격이 현물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쌀 것이란 논리도 별반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스탠톤그룹을 비롯 적지 않은 기업들이 아직 이 공장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다.

에너지난이 심각한 만큼 파격적인 조건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에서다.

나진 정유공장의 재가동여부는 결국 북한당국이 에너지위기해결을 위해
어느정도 노력하는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북한의 최근 에너지 사정 ]]]

91년 옛 소련붕괴이후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원유를 거의 중국에 의존(연간 1백만톤 수준)하나 이마저 요즘들어 줄고
있다.

지난해 개솔린과 대젤소비는 90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젤생산은 22만3천톤으로 90년의 31%, 개솔린은 20만1천톤으로 28% 수준
이었다.

수입도 디젤은 90년 30만9천톤에서 지난해 12만4천톤으로, 개솔린은
30만9천톤에서 15만8천톤으로 줄었다.

<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뉴틸러스연구소 제공 >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