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줄 알았더니 속빈 강정''

정보통신시대의 총아로 각광받아온 미국 PC통신업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터넷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PC통신업체들은 대부분 "황금알"
은 고사하고 "파산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PC통신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지난해 4억7천7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2위 PC통신회사인 컴퓨서브도 1억3백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3위업체인 MSN(마이크로소프트사계열)는 결산실적 자체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엄청난 적자를 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게 주변의 관측이다.

회사수입을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소형 PC통신
업체들도 적자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인터넷접속 전문회사인 PSI네트와 네트콤은 지난해 각각
5천5백만달러와 4천4백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에는 PC통신회사들이 4천4백사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설팅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요즘 추세대로라면 3-4년안에 4천4백사
가운데 98%정도가 파산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합병되고 1백개사 정도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PC통신업계에서도 이 컨설팅사의 비극적인 시나리오에 동조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인구가 급증추세를 나타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장부가 빨간줄
투성이라는 현실이 PC통신회사들의 경영자들을 절망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북미지역의 인터넷 인구는
3월현재 5천6백60만명으로 정확하게 18개월사이에 1백%가 늘어났다.

북미지역에서 16세이상 성인들은 4명에 1명꼴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고객이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서비스회사들이 적자를 누적시키는
요인은 업계내부의 가격전쟁.

업계 1위인 아메리카온라인이 작년에 서비스료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사활을 건 상전이 벌어졌다.

정작 가격전쟁을 가열시킨 아메리카온라인은 부실한 서비스를 자초해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가격인하로 갑자기 고객이 몰리자 이들의 접속신청을 소화할 설비용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접속설비개보수등에 3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함으로써 겨우 집단소송을 진정시켰다.

아메리카온라인쪽으로 고객을 빼앗길수 없다는 듯이 컴퓨서브등 다른
PC통신회사들도 가격인하에 가세해 어느 회사가 오래 버틸지 사생결단을
보겠다는 식의 "위험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경영진들은 적자 보전책에 온갖 전략경영을 다 동원하고 있다.

가격전쟁으로 부풀어나는 적자를 다른 아이디어 사업으로 얼마나 보전할
수 있을지 여부로 생사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아메리카온라인은 인터넷접속외에 자체통신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화회사인 텔세이브홀딩스와 제휴해 이 전화사의 회선을 이용하는 조건
으로 1억달러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MSN의 경우에도 자체 통신망내에 전자시장을 개설하거나 광고를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터넷전문회사들은 보다 신속한 양질의 통신을 보장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고가전략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 관한한 앞서가는 나라인 미국에서 PC통신회사들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는 한국등 다른 국가들의 PC통신업계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줄 수도 있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