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자"

국제금융및 무역의 메카 홍콩이 오는 7월1일 중국반환을 앞두고 제조업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났던 제조업을 일으켜 홍콩의 왜곡된 산업구조를
바로잡자는 것.

사실 홍콩의 제조업은 금융등 서비스산업에 비해 극히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불모지에 가깝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79년 24%에서 현재 10%대로
뚝 떨어졌다.

"제조업살리기"의 주체는 홍콩당국.

덩치화(동건화) 홍콩특별행정구 초대행정장관 스스로가 제조업육성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

덩은 지난해말 재계의 한 모임에 참석해 "정부는 효율적인 제조업육성책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조업체들은 좀더 많은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이달초 "정부는 현재 구체적으로 섬유및 첨단기술산업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에 제조업계도 화답하고 있다.

제임스 티엔 홍콩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의 제조업육성책을 적극 지지
한다"며 "금융등 서비스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구조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맨해튼 가먼트사 사장이기도 한 티엔은 "계란을 같은 바구니에 모두 담아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홍콩경제의 포트폴리오 재구성"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식료품제조업체인 램순사 레인몬트 치엔 사장도 "지난 4반세기동안 홍콩은
금융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구가한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런 추세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는 이처럼 현재 홍콩경제구조로는 대규모 금융위기등 최악의 사태에
전혀 속수무책이라고 강조한다.

이때를 대비한 안정장치로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조업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정부측에 제조업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단조성에서부터 R&D투자촉진을 위한 세금혜택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싱가포르처럼 첨단기술을 보유한 다국적기업들을 적극 유치해
첨단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제조업의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선택적인" 이민정책도 함께 추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반대론자들은 우선 홍콩은 지금까지 "자유방임주의"하에 이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정부가 민간경제활동에 간섭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홍콩에 진출한 유럽은행의 한 고위간부는 "한국 일본등 정부가 민간경제
활동에 개입한 나라들은 현재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다"며 "정부 주도하의
제조업육성책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호워드 데이비스 홍콩폴리테크대학 교수도 "이같은 육성책은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며 "자칫 중소기업 활성화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저세금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홍콩의 자율적인 경제체제를 약속하고 있긴 하지만 상하이(상해)등
인근 지역의 제조업과 충돌을 일으킬 홍콩의 "제조업살리기" 정책을 그대로
놔둘지도 의문시된다.

그러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홍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육성정책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느정도 무게를 싣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무튼 금융 무역등 2개분야에서 확고한 국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이 제조업중심지로까지 부상해 "3관왕"의 타이틀을 거머질지가 주목된다.

<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