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지난 수년간 줄기차게 달려온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 "아시아 네마리
용"을 비롯한 동아시아경제가 피로에 지쳐 있다.

완전 탈진해 버린 것인가.

아니면 또 한번의 내달림을 위한 휴식인가.

지난 30년간 세계역사상 전례없는 평균 8%의 고도성장을 해온 네마리용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5-6%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네마리룡은 이미 GDP(국내총생산)면에선 선진국경제 대열에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이 지역 경제발전의 견인차였던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5%에 그치는
등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지난 94,95년의 20%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로 "더이상 아시아에서 기적은
없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들중 한국은 지난해부터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 말레이시아 태국등과 함께 경상수지 적자폭이 GDP의 5-8%에
육박하고 있다.

이 지역의 평균 GDP성장률은 95년 9%에서 96년 7%로 둔화됐다.

1인당 GDP에서 영국보다 앞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지난 94년, 95년의 평균 9.5%보다 훨씬 떨어진 5.8%였다.

네마리용을 바짝 따라가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성장률이 지난 95년 9%에서 96년에는 7%로 둔화됐으며 앞으로 10년동안
평균 7-8%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네마리용 가운데 가장 부유한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지난해 공업생산도
5%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네마리용의 경제성장 둔화는 "구조적"이라고 주장하는 비관론자와
"주기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낙관론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미 MIT대학의 폴 크루그만교수를 중심으로 한 비관론자들의 논리는 이들
국가의 경제가 기술발전이나 조직변화보다는 대량의 자본과 노동투입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이같은 침체가 경기사이클상의 주기적인 현상이라고
보면서 특히 현재 동아시아의 수출 둔화가 경쟁력 상실등 구조적인 요인
에서 기인한다기 보다 여러가지 주기적 현상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국들의 수요 부진 <>미달러화의 강세(아시아 각국의 환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출부진 초래) <>반도체 시장의 침체와 메모리 칩 가격의
대폭락(96년에 80% 하락)등이 수출둔화의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해 수출둔화는 반도체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수출 둔화가 이들 국가의 경쟁력 상실 보다 주기적인 것이라는
분석은 <>수입이 수출 만큼 급격히 줄어든 점 <>중남미등 다른 개발도상국의
수출성장이 지난해 역시 둔화된 점등 두 가지 측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만약 동아시아 경제의 성장둔화가 경쟁력상실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라면
이들 국가의 수입 역시 증가됐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연평균 수출증가율이 지난 95년 30%에서 96년에는
4%로 떨어졌으며 같은기간 수입 역시 32% 증가에서 11%로 둔화됐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등에 비해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고 정부규제
역시 심한 편이다.

또 중소기업의 발달도 뒤쳐져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방.개혁정책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또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재벌의 힘이 너무 막강한 것도 장애요인이다.

노동과 자본시장의 경직성 역시 완화돼야 할 과제다.

한국은 정부의 각종 규제를 신속히 철폐하면서 융통성있는 산업정책을
추진해 급속한 기업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대만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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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sian Miracle.
Mar.7, 1997, Economist"

<장진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