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인치의 나라다.

그래서 공산당이나 정부관료의 이름에 붙는 직함의 높고 낮음이 아닌
"이름" 그 자체가 파워를 낼 수도 있는 독특한 체제로 움직이는 사회주의국
이다.

등소평이라는 최고실력자가 사망한 요즘같은 과도기엔 더욱 그렇다.

이 예민한 시기에 중국관측통들사이에 등력군(82)이라는 이름이 다시
들먹여지기 시작했다.

AFP통신은 중국 보수파의 거두라는 설명을 단 등력군사진을 전세계에
전송하는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낼 정도다.

등력군은 중국공산당 원로들가운데 최고이론가로 정평이 나있다.

따라서 그의 행보에 따라 중국지도층이 일대 이념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등소평시절에도 개혁및 개방노선을 비판해 당내 개혁파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취급받아 왔다.

등소평의 견제로 지난 84년께 당선전부장직에서 해임된후 야인이 됐지만
이 이론가에 대한 보수파들의 "존경"은 아직도 대단하다.

이 보수파 원로가 등소평사후와 때를 맞추어 등과 그의 후계자인 강택민
국가주석을 겨냥한듯 개혁파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문건을
공산당원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홍콩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강주석이 문제의 문건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2만여자로 돼있다는 등력군의 문건이 등소평사후의 중국대륙에서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