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이봉구 특파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독립성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대장상의 자문기관인 금융제도조사회(이하 조사회)는 최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일본은행법 개정 보고서를
확정, 미쓰즈카 히로시 대장상에게 제출했다.

대장성은 이를 토대로한 일본은행법 개정안을 오는 3월 중순 국회에 제출,
98년 4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새로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이 분명해 지난 42년 전시 입버으로
제정됐던 현행 일본은행법은 56년만에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회가 확정한 일본은행법 개정 보고서는 전반에 걸쳐 정부(대장성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한편 중앙은행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보고서는 우선 총론에서 "일본은행의 업무운영에 대한 자주성은 충분히
배려한다"고 명기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 대장상이 보유하고 있던 광범위한 업무명령권을 폐지하고 대장상의
감독권은 일본은행에 법령이나 정관위반이 있을 경우로 제한토록 했다.

보고서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일본은행내서 금융정책에 관한 최고의사
결정기관인 정책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재할인율 변경문제를 사실상 관장해온 임원회의를 폐지하고
의사결정기관을 정책위원회로 일원화시켰다.

또 정부대표가 정책위원회에 상시 출석하고 있는 시스템도 고쳐 ''필요에
따라 출석''하는 형태로 변경시키도록 했다.

이와함께 정부와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사이의 의견조정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권한을 정책위원회 의결을 연기시키는 범위에 한정시키는 한편
최종적인 결정권은 정책위원회가 갖도록 했다.

또 대장성은 정부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본은행 임원을 해임치
못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제도변경과 함께 금융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위원회의 회의요지를 그다음번 회합이후 신속히 공표토록
하는 한편 의사록 자체도 공개시키도록 했다.

연1회였던 국회에의 업무보고도 2회로 늘리도록 했다.

중요한 초첨의 하나가 돼왔던 대장상에 의한 예산인가권과 관련해서는
채권매매에 의한 차손금 등 금융정책에 관계되는 사항들은 인가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급여 및 일반관리비 등으로 인가권을 한정시켰다.

다만 일본은행이 새로운 업무영역을 확보하고자 할 경우는 대장의 인가를
거치도록 해 정부가 일본은행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면도 일부 남기고
있다.

조사회는 일본은행이 통화발행권 등 행정적 권한을 가지는 이상 정부 및
의회의 인사 예산체크 및 업무인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간주했다.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개정안은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완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위원회의 위상강화를 중심으로 현행법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시입법으로 이뤄진 현행 일본은행법은 내각의 일은총재해임권 및
대장상의 업무명령권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권한이 실제 발동된 예는 없지만 정부는 이를 배경으로 일본은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정부가 중앙은행법을 개정키로 한 것은 현행법이 시대에 뒤지는
것이라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및 관계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미국 독일 영국 등
서구 선진국들과 맞먹는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 대장성과 일본은행은 그동안 몇차례에 걸쳐 일은법
개정문제를 논의했었으나 의견 대립 및 국회사정 등올 개정현실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본은행은 정책결정에 대한 권한 강화 등으로
배경으로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 틀림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장성과
대립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관계자들은 일본은행이 성공적으로 ''독립''할수 있을지 여부는
대장성에의 의존체질을 얼마나 빨리 탈피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이를 의식, 앞으로는 직원선발때 전문지식에 중점을 두는 한편
외부전문가채용도 늘리는 등 인재양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유원정 한국은행 도쿄사무소장은 조사회의 일은법 개정에 대해
"대장성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수 있는데다 결정사항의 실시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본은행의 독립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
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